한 자녀, 혹은 두 자녀 가정이 늘면서 자녀를 하늘 같이 떠받드는 부모들이 많다. 내 자식이 제일 잘나 보이는 게 부모 마음인데, 그런 심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때가 바로 자녀의 배우자를 찾을 때다. 자녀 결혼을 당사자에게만 맡기기 염려스러울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하려고 부모가 발벗고 나서기도 한다.
부모가 자녀 대신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하는 경우도 많고, 만남 주선시 부모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도 또한 많다.
어떤 경우는 자녀보다 부모가 나서서 추천 상대를 평가하기도 한다.
30대 후반의 직장여성 A씨는 돌싱이다. 그녀는 외모, 학력, 직업 등이 평범하고, 이혼경력도 있어서 사실 그리 좋은 조건은 못된다.
하지만 그녀 부모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의 아버지는 탄탄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상당한 재산가이다. 어머니는 명문대학의 교수이다.
이런 배경을 내세워서 그녀의 부모는 딸의 재혼을 추진했다.
하지만 만남 결과는 매번 좋지 않았다. 부모의 조건을 보고 그녀를 만났다가 정작 당사자가 너무 평범해서 실망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아버님. 말씀하신대로 전문직 남성으로 소개해 드렸는데, 마음에 안드셨어요?” “남자가 말이 너무 많고 가벼워 보여서요. 그런 사람은 바람기가 많은데..”
“아버님 걱정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제대로 만나보시지도 않고 판단을 하시면 따님 재혼은커녕 교제도 힘들어집니다.”
당사자인 딸과는 얘기도 못해보고 부모가 나서서 딸의 의견을 전달했는데, 추측하기로는 부모의 의견인 것 같았다. 한 가지 부분을 충족시켜주면 다른 불평을 하고, 그 부분을 맞춰주면 또 다른 이유를 내어 거절하는 식이었다. 나중에는 이 부모가 과연 딸을 재혼시킬 마음이 있는지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부모님이 너무 개입을 하시면 따님한테 걸림돌이 됩니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한번 실패했는데, 또 실패하면 딸아이가 어떻게 살겠어요?”
“그래도 따님이 재혼을 하는 건데, 본인 의사가 제일 중요하죠. 부모가 대신 살아주실 것도 아닌데요.”
그녀의 부모는 딸이 또 실패할까봐 걱정만 하다가 결국 제대로 소개 한번 못받고, 탈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