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가 되면 누구나 올해는 무슨 띠의 해이며, 그 해의 수호 동물(守護 動物)이라 할 수 있는 십이지의 띠동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찾아서 새해의 운수를 알아보고 또한 그 해에 태어난 아이의 운명과 성격을 띠동물과 묶어서 해석하려는 풍속이 있어 왔습니다. 새로운 띠 동물을 대하면서 그 짐승의 외형, 성격, 습성 등에 나타난 상징적 의미를 통해 새해를 설계하고 나름대로 희망에 찬 꿈과 이상을 품습니다. 이러한 것을 가지고 운명을 판단하고 해가 바뀔 때마다 어떤 새로운 기대를 걸어 보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 모릅니다. 우리 조상들은 각각의 띠동물로부터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서 나름대로 한 해의 운수를 예견하려 했고, 나아가서 생활 교훈과 행동 원리까지 얻었다는 사실은 여러 풍속과 문헌, 유물, 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토끼 이야기
토 끼는 꾀보, 꾀쟁이 재빠름을 상징하고 호랑이를 속이는 토끼, 자라를 속이는 이야기에서 토끼는 체구가 크고 힘은 강하나 우둔한 동물들에게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 도맡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놀란 토끼 같다'라는 말에서 보듯이 토끼의 소심함과 경망함, 겁쟁이를 이르기도 합니다. 토끼는 민첩한 특성 때문에 심부름꾼이나 전령 등의 역할을 자주 맡는데 이러한 역할은 유교적인 측면에서 충성스러운 동물로 나타납니다. 민간 설화에서 옥토끼는 달에 살면서 떡을 찧거나 불사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토끼는 도교적으로 장생불사를 표상합니다. 뒷다리가 튼튼해 잘 뛰므로 나쁜 기운으로부터 잘 달아 날 수 있고, 윗입술이 갈라져 여음(女陰)을 나타내니 다산을 할 것이고, 털빛이 희니 백옥 같은 선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여겨 다산과 아름다움 상징으로 사용했습니다.
고 려청자투각칠보향로는 둥근 달을 칠보문으로 투각하고 연꽃으로 받친 향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받침다리를 토끼로 만든 것은 '토끼 같은 자식' 이라는 말처럼 부부애와 자손의 기원을 나타납니다. 조선 시대 민화에서는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방아 찧기로 부부애를 은유한 것입니다.
판 소리 수궁가로도 잘 알려진 고대소설 별주부전은 그 해학(諧謔)으로 유명한데 중병을 앓는 용왕의 유일한 치료약인 토끼의 간을 얻기 위해 거북이 뭍으로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가지만 간을 빼두고 왔다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 목숨을 구한다는 토끼의 꾀는 기상천외합니다.
우리의 대표적 판소리계 고전인 토끼전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구토설화(龜兎設話)를 제재로 한 우화소설입니다.
구 토설화의 근원이 된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을 보면, 김춘추가 백제에 복수하려고 고구려로 청병 갔다가 오히려 고구려 옛 땅을 반환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붙잡히는 몸이 되었는데 그때 김춘추는 고구려를 탈출하기 위해 고구려 신하 선도해(先道解)에게 술대접을 해주었습니다. 구토설화는 그때 술 취한 선도해가 김춘추에게 들려준 <토끼와 거북이>이야기였고 김춘추는 거기서 토끼의 지혜를 얻어 고구려를 탈출해 나왔습니다.
구토지설은 그 후 토끼전, 별주부전 등의 제목을 달고 세상으로 퍼지고 판소리에서는 수궁가로 불립니다.
우리 조상들은 토끼가 주는 순결함과 평화로움 때문에 일찍이 토끼를 이상향에 사는 동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옛 사람들은 달을 늘 이상향으로 그렸고, 그 이상향에는 계수나무와 함께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전통 민속화에서 해(日)는 곧잘 발이 셋 달린 까마귀로 표현되고, 달(月)은 토끼로 표현됩니다. 토끼가 어두운 밤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을 수 있는 것은 눈이 그만큼 밝기 때문이고 그래서 토끼눈을 명시(明視)라고 하였다.
토끼날에 실을 짜거나 옷을 지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였고 아침에 남자가 대문을 열어야 일 년 내내 집안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토끼는 깨끗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해 특히 공예품에 많이 그려지고 새겨졌는데 국보 제95호 청자칠보투각향로의 받침도 토끼상이고, 연적으로도 토끼상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토 끼 꿈은 두 가지로 해몽됩니다. 토끼는 앞발이 짧아서 오르막을 잘 올라가니 토끼 꿈은 승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토끼의 입은 윗입술이 세로로 찢어져 있어서 태몽으로 꾸면 언청이 자식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악몽을 꾸었을 때는 소금을 대문간에 집어넣거나 문밖에다 세 번 뿌렸습니다.
토끼는 민담만큼이나 속담에도 많이 등장하는데 토끼잠이란 토끼처럼 깊이 잠들지 못하고 아무데서나 잠깐 눈을 붙이고 자는 잠을 말합니다.
' 토끼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속담도 있고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를 삶아먹는다는 중국의 고사성어이고 필요할 때는 소중히 여기다가도 그 일이 끝나면 천대하거나 없애버린다는 뜻입니다.
토 끼는 겨울이 다 지나가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다른 동물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서 뛰어난 두뇌로 수학적인 통행로를 만들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을 자기의 안식처와 연결해 놓는다. 매우 치밀하면서 영리하고 뒷다리가 길어서 올라가는데 능합니다. 자기 보호본능이 강해서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이 낳은 새끼도 먹어버리고 맙니다. 토끼 코는 돼지 코와 양의 코를 반반씩 닮았습니다.
지윤철학원 (213)739-2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