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21세기는 환경과 안전, 디자인이 생명이라고 했었다. 환경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으로 귀결되고 있고 안전은 자율주행차로 구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디자인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로 당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아야 한다.
그만큼 사용자들의 욕구는 끝없이 변화하고 그것을 읽어내야 한다.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끄는 5세대 싼타페의 스타일링 디자인과 인테리어의 특징을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현대 싼타페는 쏘나타와 함께 시대의 변화를 잘 반영한 해 온 모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같은 확실한 패밀리룩을 채용하기보다는 모델체인지할 때마다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택해왔다.
2007년 데뷔한 YF쏘나타는 파격적인 선과 면으로 현대 브랜드의 존재감을 높이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그 시대 패밀리 세단의 안정적인 선과 면을 벗어나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특히 미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보다 늦은 히스토리를 가진 싼타페는 쏘나타의 후광으로 특히 미국 시장에서 높은 인가를 구가하고 있다.
5세대 싼타페는 선대와는 전혀 다른 폼(Form)으로 태어났다. 현대의 디자인 아이콘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진화라기 보다는 혁신(Revolution)이다.
곡선과 라운드가 강조된 선대 모델과 달리 수평과 수직의 선으로 형상을 만들어 냈다. 성격도 도심형 패밀리 SUV에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사용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팰리세이드나 기아 EV9이 그렇듯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차만들기가 도드라진다.
5세대 싼타페는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빅데이터란 기계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 것이다. 세상의 많은 자동차 사용자의 의견을 컴퓨터로 종합했다는 얘기이다.
그런 것들은 5세대 싼타페 디테일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세심한 차만들기라는 용어로 그동안에도 사용되어 왔다. 달라진 것은 사용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가치관이고 그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파악했다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웃도어를 지향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앞 얼굴에서 높은 코가 직선적인 디테일과 어울려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디테일을 통해 공기저항계수를 높였다고 한다. 이는 BMW가 현행 7시리즈에 채용한 앞 얼굴과 같은 맥락으로 강한 존재감을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다.
그러나 공기 저항계수 외에 전면 투영면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자동차회사들은 여전히 Cd치만 공개한다. 전명 투영 면적과 Cd를 종합해 실제 공기 저항을 측정한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신세대 현대의 아이콘인 한 줄, 즉 심리스 호라이즌이 중심이다. 그러나 좌우에 H형 램프를 더해 이미지가 사뭇 달라 보인다.
캘리그래피 패턴 등을 곳곳에 삽입해 아이콘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단순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앞 얼굴에 수평으로 직선이 아주 많다.
범퍼 아래쪽 에어 인테이크에도 H 그래픽을 삽입하고 있다. 그 좌우에 에어 블레이드를 설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측면에서도 수평과 수직의 직선이 지배한다. 루프가 뒤쪽으로 약간 경사지게 처리되어 있지만 그린 하우스의 비율을 키워 오프로더의 성격을 주장하고 있다.
C 필러와 D필러 사이를 글래스로 처리해 개방감을 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C필러 부분에 루프 캐리어 부분을 사용할 때 필요한 손잡이를 설계한 것도 새롭다.
전체적으로는 크기가 느껴지는 디테일이다. 2000년에 데뷔한 1세대 모델의 휠 베이스는 2,620mm였다. 5세대 모델은 2,815mm다. 195mm, 그러니까 20cm 가까이 길어졌다.
전장이 5m 이하이고 휠 베이스도 3m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세그먼트상으로는 중형, 혹은 D세그먼트로 분류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실감 나는 차이는 1세대 모델이 14인치 휠을 장착한 데 비해 5세대 모델은 21인치까지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휠의 크기는 여전히 로망이다.
시각적으로는 1세대는 물론이고 선대 모델에 비해서도 훨씬 커 보인다. 그러면서 휠 하우스 커버를 유광으로 처리한 것이 특이하다. 트림마다 다르겠지만 오프로더를 주장하는 모델로서는 의외의 선택이다.
이는 실제 오프로더의 사용보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고자 하는 재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프로더나 아웃도러 라이프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시대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터프함보다는 매끄러움이라고 생각한 결과로 읽힌다.
뒤쪽에서도 앞 얼굴과 유기적으로 어울리는 H형상의 테일램프가 중심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처리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위쪽에 커다란 SANTA FE 레터링이 강조되어 있다. 앞 얼굴과 마찬가지로 선이 많다.
그런데 테일게이트 피팅 라인을 좌우 끝으로 최대한 밀어낸 것이 보인다. 더 넓게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뒤로 열었을 때 주차장에서는 사용이 어려워 보인다.
그를 위해 힌지를 최대한 앞으로 이동했다고 하지만 그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루프 끝부분에 차체 일체형의 스포일러와 그 아래 히든 와이퍼를 설계한 것도 아이디어다.
현대가 싼타페를 통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시도는 컬러다. 사이버 세이지 펄과 무광인 얼씨 브래스 메탈릭 매트 등 다섯 가지의 새로운 컬러를 채용했다. 과거 엑센트를 통해 파스텔 컬러를 채용했던 것과는 다른 톤이다.
이 역시 휠 하우스 커버와 마찬가지로 아웃도어 라이프를 강조하고 있지만 신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고급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곳곳에 새로운 아이디어 가득한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공간감과 디지털화가 주제다. 좌우 12.9인치 디스플레이가 연결된 것은 다른 모델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다만 센터패시아 아래쪽에 공조 시스템 컨트롤 패널 위 두 개의 다이얼이 눈길을 끈다.
여전히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은 사용자가 익숙한 기능과 빠른 접근이 필요한 것들은 위쪽의 디플레이와 분리하고 있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에어벤트 아래를 흐르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신세대 디테일이다.
디테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플로팅 타입의 센터 스택이다. 두 개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트레이가 눈길을 끈다. 그 뒤에는 크고 작은 두 개의 컵 홀더가 설계되어 있다.
이 디테일은 미국 시장을 고려한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 부분의 질감이 전체 실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 뒤 센터 콘솔은 좌우가 아니라 앞뒤에서 각각 열 수 있게 되어 있다.
콘솔박스 뒷부분에는 탈착형 트레이가 있다. 그것을 분리해 앞쪽 센터 스택에 고정할 수 있게 한 것도 아이디어다.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 트림 등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다. 지속 가능한 원자재, 즉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모델에서 시작했던 것들이다.
예를 들어 플로어 매트 부분을 위해 500cc 패트병 80개가 사용되어 있다. 참고로 소비자들은 패트병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약 40%를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것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인테리어 색상 처리에서 많은 공을 들인 느낌이다. 화려함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질감이 강조되어 있다. 시트백 부분에는 앞 얼굴의 H형 램프를 중심으로 한 심리스 호라이즌 그래픽이 패턴이 적용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그랜저의 것을 차용했다. 다만 아래쪽 스포크를 두 개로 나누었다. 여기에도 직선이 강조되어 있다.
시트는 5인승을 기본으로 7인승이 있다. 이 등급의 모델로써는 흔치 않은 선택이다. 휠 베이스가 길어진 만큼의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3열 시트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루프의 형상과 직선인 D필러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간감이 있다.
적재 공간의 처리에도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그동안 많은 모델에서 보았던 각종 버튼과 레버 등으로 사용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10개의 컵 홀더와 4개의 물병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출처 : 글로벌 오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