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한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테슬라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AFP]
미국 정부가 전기차에 이어 전기차 충전기에도 이른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적용한다. 충전기도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하고,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산으로 해야 정부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백악관과 미 교통부는 전기차 충전기 지원과 관련해 이 같은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인프라법에 따라 75억달러를 투입해 전국적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해당 지원금으로 설치하는 충전기는 자재 등을 미국산으로 써야 하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적용받는다.
세부 규정에 따르면 충전기의 최종조립 및 충전기 내부를 감싸는 철제 외장과 함의 제조를 미국에서 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조치는 이날부터 바로 시행되고, 2024년 7월부터는 총 부품 비용의 최소 55%를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
백악관은 또 한국의 SK시그넷이 텍사스주에 첫 충전기 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연간 1만대의 초급속 충전기를 만들고 183개의 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이날 미 정부는 충전기 표준안을 마련했다. 브랜드와 차종, 충전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운전자들이 충전기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기 접속 규격 ▷요금 지급 방식 ▷충전 속도와 전압 등에 대한 표준이 만들어졌다.
표준안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표준이자 슈퍼차저 (Charger) 외의 다른 거의 모든 충전소에서 채택한 ‘합동 충전 시스템(CCS·DC콤보)’을 사용해야 한다.
에이 발맞춰 테슬라는 자체 충전소인 슈퍼차저와 데스티네이션 충전소를 다른 회사 전기차에 일부 개방하기로 했다.
테슬라 슈퍼차저의 경우 CCS 방식을 사용하지 않아 지금까지 폭스바겐과 포드, 쉐보레 등 경쟁사 차량은 사용할 수 없었다.
백악관은 “테슬라가 CCS 방식을 사용하는 타사 전기차에 대한 충전을 허용하는 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테슬라가 2024년 말까지 ‘슈퍼차저’ 3500개와 저속 충전소 ‘데스티네이션’ 4000개를 다른 회사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 개방으로 오는 2030년까지 현재 13만대인 전기차 충전기를 5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부의 경우 5년간 5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동해안부터 서해안까지 각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충전기를 구축하는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사업을 추진 중이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전기차를 운전하든 우리는 당신이 플러그를 꽂고, 지불할 가격을 알고, 예측 가능한 사용자 친화적인 경험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충전소 개방이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이고 있다.
크리스 하토 컨슈머리포트 분석가는 “75억달러의 예산이 테슬라의 경쟁 우위를 위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고, 샘 아부엘사미드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분석가는 “슈퍼차저 개방시 테슬라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1년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올해부터 다른 전기차에 개방하겠다”고 밝힌 이후 유럽과 호주 등에서 일부 슈퍼차저를 개방했으나, 미국에서는 개방하지 않았다.
<출처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