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서 일반 외부 전원을 뽑아쓸 수 있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V2L(Vehicle to Load) 기술이 점차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테슬라 등 경쟁 업체들도 차례로 V2L 파생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아예 아이오닉5의 배터리로만 운영되는 호텔이 나올 정도다.
18일 현대차 유럽 법인 등에 따르면 오는 1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부근 에섹스주에서 오직 아이오닉5로부터만 전기를 공급받는 콘셉트 호텔 '호텔 현대'가 내달 5일까지 운영된다.
전기차로만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호텔 현대는 숙박 시설인 캐빈(Cabin),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바&식당, 영화를 관람하고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 등으로 나눠진다.
2인만 예약할 수 있으며 최대 1박2일간만 숙박이 가능하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각 구역마다 한 대씩 배치돼 총 3대가 호텔 운영을 전담하게 된다.
아이오닉5는 V2L로 최대 3.6㎾의 전력을 제공해 일상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전기를 화재 등 별다른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현지 고객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생계비 위기로 인해 미래 휴가 계획을 재고하게 됐다'는 응답이 약 55%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와 호텔 현대를 운영키로 결정했다.
또 응답자의 44%는 과도한 에너지 비용과 인플레이션·경기 침체로 인한 우려 때문에 내년엔 여행보다는 집이나 집 근처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을 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호텔 현대는 도시 전력망의 도움 없이도 전기를 공급받는 장점이 있는 만큼 2400헥타르 크기의 에핑 포레스트 유원지 내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아이오닉5 한 대에 내장된 배터리는 일반 가정집 7곳이 하루 동안 쓰는 전기를 저장하고 있다.
V2L은 지난해에 처음으로 양산되기 시작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350㎾급 초급속 충전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대표 기술이다.
2021년 당시 아이오닉5가 처음 출시됐을 땐 V2L이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서 V2L의 확장성에 시장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V2L은 전기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전기차가 일종의 움직이는 거대한 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전력 수요가 낮은 새벽 시간대에 전기를 저렴하게 충전해뒀다가 수요가 높은 주간에 다시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
아이오닉5보다 먼저 출시된 닛산 전기차 리프 등이 V2L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는 했지만, 용량도 적었고 추가 어댑터를 부착해야해 활용성이 높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의 V2L은 바로 전자기기를 차에 꽂으면 된다.
경쟁 업체도 V2L 기능을 본격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했다. 볼보는 내달 9일 공개 예정인 전기 플래그십 SUV(다목적스포츠차량) EX90에 브랜드 최초로 '양방향 충전' 기능을 탑재한다.
볼보는 양방향 충전이 에너지 활용을 더욱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라 평가했다.
전기차가 확대되면 전력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고 이는 사회 전체에 부담을 주게 되는데, 각 전기차들이 전기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으면 그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테슬라도 출시 예정인 사이버트럭에 V2L 기능을 탑재할 전망이다. 포드와 GM 역시 자사 전기 픽업트럭에 V2L을 탑재해 판매 중이다.
올리비에 뢰델 볼보 전기화 에코시스템 책임자는 "양방향 충전을 통해 외출할 때 전기 자전거를 충전하는 것부터 주말 캠핑 여행을 위해 야외 조리 기구를 연결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며 "또한 하루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피크타임에 집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