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V 초급속 충전 등 혁신 기술이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은 덕이다. 이를 개발한 연구원들을 직접 만나 기술 개발 뒷얘기와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점, 현대차 전기차의 미래를 물어봤다.
"아이오닉 5 V2L(Vehicle to Load)의 시장성이 입증되면 테슬라, 벤츠도 분명히 따라올 겁니다"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만난 곽무신 현대자동차 전력변환제어설계팀장은 "V2L은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V2L 아이디어도 이들 취미에서 비롯됐다. 차박·캠핑 인구는 늘어나는데 국내에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캠핑지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곽 팀장과 성 파트장의 제안에 현대차 기획·마케팅 부서에서는 처음에는 당황해했지만 'V2L의 확장성'에 주목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오히려 나중엔 출시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아우성일 정도였다. 그 결과 V2L 기능을 탑재한 아이오닉5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로 앞당겨졌다.
사실 V2L은 아이오닉5가 최초는 아니다. 그 이전에 대형 내연기관차에서도 노트북 하나 정도 충전할 수 있는 기초 단계의 V2L이 있었고, 2018년에 출시된 닛산 전기차 '리프'에서도 컨버터를 연결하면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전력이 너무 약해 쓸 수 있는 전자기기가 제한적이거나, 컨버터가 너무 커서 실생활에 쓰기 어려웠다. 실제 리프의 홍보 문구도 "지진 등 재해로 전기가 끊겼을 때 유용하다"였다.
V2L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각 나라마다 다른 전력 체계였다. 한국은 220V를 사용하고, 미국은 110V, 유럽은 230V를 사용하는데 주파수 마저 천차만별이라 이를 모두 호환할 수 있는 차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들은 아이오닉5가 받아들이는 전기를 각 국가의 규격에 맞게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덕분에 내수·해외용 차를 다르게 설계할 필요가 없어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V2L 사용 방식을 예상해 테스트하는 것도 어려웠다. 현대차에서 V2L 사후 관리(A/S)를 '보증'하기 때문에 규격내 어떤 전자제품을 꽂아도 정상적으로 작동돼야했다. 배터리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가혹조건을 조성해 대형 온열기·에어컨부터 스마트폰 충전기까지 꽂을 수 있는 전자기기는 전부 테스트해봤다.
전기차가 움직이는 가정집, 사무실 등 전기가 필요한 어떤 장소로도 변할 수 있어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설명이다.
아이오닉5 전용 냉장고 등 V2L을 활용한 액세서리와 더불어 전기차끼리 전기를 나눠주는 V2V(Vehicle to Vehicle), 전기료가 저렴한 시간대에 충전해뒀다가 비싼 때 집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V2G(Vehicle to Grid) 등 관련 비즈니스도 무궁무진하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곽 팀장은 "지금 당장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V2L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며 "이 기술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해내면 테슬라·벤츠 등 많은 전기차 제조사들도 벤치마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