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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날 아버지를 그리며
클라라안 | 조회 7,669 | 06.13.2014

아버지 이별하던 작년 늦가을 춥고 텅비었던 세상이 어느새 푸르름으로 가득해졌나요? 아침 출근길  라디오 광고에서 나오는 아버지 선물들얼른 라디오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하지만 끝내 안경벗고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냅니다. 길거리를 지나는 노인들이 우리 아버지 처럼 보입니다. 다시 안경을 닦고 아무리 찾아봐도 정작 아버지는 안 계시네요. 지금이라도 전화 걸면 반가운 음성으로 이번 주말에 밥먹으러 오라고 하실 같은데. 우리가 아버지 집에 도착할 즈음이면 아버지는 으례껏 문앞에 나와 환한 미소를 머금고 기다리셨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어릴적 아버지의 외동딸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먹어라. 피곤해 보인다. 여기 소파에 누워 쉬었다 가라며 담요를 갖다주시고 우리 딸들에겐 점심 먹으라고 몰래 용돈을 건네주시곤 하셨습니다. 수술 후 병원에 투병 중에도 아버지의 인격은 변함없었습니다. 수 없는 주사바늘이 꽃힌채 아버지는 퉁퉁 부은 두손을 모아 간호사와 의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의식이 있는한 잔잔한 미소를 띄우시니 병원에서도 아버지 인기는 최고였습니다. 간호사가 아버지 등에 욕창을 보여줄 때 차마 없어 우린 눈을 감았지만 오히려 주변사람들을 안심시키곤 했습니다.  아버지의 외로움을 왜 그리도 몰랐을까요? 아버지와 둘만 있는 병실에서 처음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그리움을 토해 내시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비추셨습니다. 나는 어리석습니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알았으면 좀 더 오래 아버지 곁에 있을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현실로 다가와  나의 든든한 울타리이셨던  봄날같이 따뜻하게 감싸주셨던 아버지가 차가운 땅속에 묻히셨습니다. 그때부터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길잃은 작은 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고작 내가 있는 일이라곤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울먹이는 것입니다. 조금만 사시지.. 일 년만이라도..                                                                

아버지가 계시니 세상에 재미있는 일들이 별로 없네요. 작은 기쁨도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면 기쁨으로 돌아오곤했지요.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하여 나의 건강을 걱정해 주시고 챙겨주셨지요. 얼마전 아버지의 유품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오래 전에 한국에서 받은 편지 한장. “선생님은 그 옛날 주일 학교 선생일 때 가난한 아이들이 헌금을 못내면 대신 내주고 하셨지요.  길가다가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셨지요”(중략). 순간  아버지의 딸이라는게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아버지의 손때묻은 낡은 성경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성경책은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언제고 아버지 환한 미소를 다시 볼 날이 오겠지요. 그때는 아버지 살아 생전 쑥쓰러워 하지 못하던 아버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고 이 세상 최고 멋진 아버지입니다.” 크게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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