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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에 시집 출간. 약해지지마 (1)
클라라안 | 조회 3,374 | 08.24.2012
저는 요즘 이 시를 읽고 또 읽습니다.
이렇게 좋은 마음을 전해 주며 살 수 있다면 99세의 나이가 더욱 반짝이는 보석처럼
느껴지네요. 모두들 잠시 쉬어가며  다시 행복과 감사를 떠올려 봅시다...
 
 
 
 
 
< 말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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