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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 결혼] 장애 지닌 여성
sunwoo | 조회 52 | 10.23.2025

그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3년 전이었다. 먼저 아버지의 연락이 있었다. 

“여긴 호주예요. 유튜브 잘 보고 있습니다. 딸이 있는데요···.”


아버지는 어려운 얘기를 꺼냈다. 30대 초반의 딸은 발달장애라고 했다. 호주 시민권자이고,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면서 한 가지 강조하는 게 있었다.


“우리 딸이 나라에서 연금이 나와요. 평생 먹고 사는 데는 걱정이 없습니다. 부모가 든든하게 받쳐주고요. 딸애도 결혼을 원하는데, 좋은 사람 없을까요?”

그러면서 회비부터 먼저 결제하고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 밀어붙이는 아버지를 내가 도리어 말렸다. 장애인의 만남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가입을 받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복잡하게 얽혔다. 장애를 가진 딸의 인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이 여성이 누군가를 만나야 된다는 것, 한편으로 결혼하기 힘들겠다는 양가적인 감정이었다.


얼마 후 여성과 통화를 했다. 또렷또렷하고 활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성을 만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대화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서 ‘진짜 발달장애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느낌이 좋았고, 결혼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기에 먼저 유튜브에 공개구혼 형식으로 여성을 소개했다. 그러나 여성을 만나보겠다는 남성은 나오지 않았다.


여성은 매일 전화를 해서 “아직 없어요?”라고 물었다. 사실 회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을 소개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인간적인 연민 때문에 하루에 두세번은 오는 여성의 전화를 1년 이상 받아줬다. 

단호하게 말하지 못해 여성에게 희망을 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끊임없이 전화를 하는 것이 발달장애의 특징인가 싶기도 했다. 딴은 현실적으로는 만남이 어렵지만, 간절함이 통해서 연락이 오는 남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 쪽에서 먼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더 이상 여성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게 1년 전이다. 

지난 7월에 호주에서 한인싱글 스피드데이트 행사가 있었다. 아버지가 딸을 참가시키고 싶다고 했지만, 참가 승인을 하지 못했다. 


호주에 2주 간 머무르는 동안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연락에 차마 응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모질게 먹고 연락을 끊었는데, 내가 받아주면 또 기대를 하게 되고, 그건 부녀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자 다시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 “우리 딸 결혼 좀 시켜주세요. 상황이 훨씬 좋아져서 연금 외에 매달 월급을 3600달러 받고 있어요”라며 딸의 사진을 전송했다. 남들은 뭐라고 해도 아버지에게는 얼마나 예쁜 딸이겠는가. 


어쩌면 아버지는 딸의 결혼이 어렵거나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딸이 전화해 봐라, 식사하자고 해라고 재촉을 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다. 


나는 두 사람을 외면할 수가 없다. 이 여성 또래의 딸이 있기에, 아버지의 애달픔을 잘 알기에.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닷넷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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