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여행 마지막 날이었어요.
카메라 렌즈를 잠깐 야외 테이블에 올려놨다가 더듬거리며 찾았는데, 뒤돌아보니 렌즈가 없더군요.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다니.
에펠탑을 보고 한컷도 못 찍고 집에 가나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지켜보던 여자분이 제 어깨를 톡톡 두드렸어요.
“괜찮으세요? 제 꺼라도 빌려드릴까요?”
훔쳐서 달아나는 걸 봤는데 너무 빨리 도망치더라,소리라도 질렀어야 하는데 못했다며 카메라를 내밀었습니다.
“사진은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
감사하다고 카메라를 받아드는데 한마디 더 덧붙였어요.
“대신에 저랑 사진 하나 찍어요.”
저는 당황했지만 그분은 생글생글 웃고만 계시더군요.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에펠탑을 카메라에 여러장 담고, 그 분과 함께 서서 어색하게 셀카도 찍었어요.
손바닥에 제 이메일 주소를 적어드리고서 각자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이상하게 그 사람 생각이 자꾸 나더군요
한국에 돌아갈 때도 혹시나 해서 공항을 두리번 거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그 사람이 지금 제 아내입니다.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결국 만나게 됐고 결혼까지 했네요.
아내는 여전히 당돌합니다.
그때 내가 말 안걸었으면 어쩔뻔 했냐며 웃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