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 근무하는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집을 2채 갖고 있는데, 많은 것을 가진 그녀는 100번 넘게 선을 봐도 결혼이 안됐다. 그러던 그녀가 얼마 전 내가 소개한 남성과 결혼했다. 그는 대기업에 근무하는데, 집이 없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막연하게 ‘남자가 집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여자보다 나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남성들을 만나왔다. 그러다 보니 직장생활을 15년이나 해서 연봉도 높고, 직급도 높고, 게다가 집도 있는 자신보다 조건이 더 좋은 남성을 만나기 어려웠다.
그녀는 내 한마디가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됐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사는 데는 집 한 채면 되는데, 00님은 이미 두채가 있는데, 그래도 집 있는 남자와 결혼해야 하나?”
그녀의 결혼이 내게 각별한 이유는 여기에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결혼문화는 저출산, 만혼, 고비용 문제가 얽혀있다. 그런데 그 문제들의 핵심은 바로 ‘집’이다.
결혼문화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정서상 집은 남자가 장만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성들이 집 장만해서 결혼하기는 매우 힘들다.
생각해보라. 지난 해 한국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33.35세다. 대학 졸업 후 운좋게 바로 취직이 되면 27-8세, 직장생활 4-5년 하고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최대한 모을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5천만원? 1억? 그 돈으로 집을 구할 수는 있을까?
선우에서는 몇 년 전 ‘집 있는 여성과 집은 없지만, 직업이 안정된 남성의 만남’을 주선한 적이 있다. 남성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이 역발상의 이벤트에 의외로 많은 남녀들이 참가신청을 했다. 누구든 한쪽이 집이 있고, 다른 한쪽이 능력이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는 이 기막힌 조합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Y씨는 아내가 미혼일 때 살던 집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아내는 대학생인 처제를 결혼할 때까지 데리고 있기를 원했다. 두 사람만의 오붓한 생활이 아니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대출을 얻어서 전셋집을 마련하려고 했던 Y씨로서는 큰 짐을 덜게 되어 다행이었다.
시골분인 그의 부모님은 걱정도 하셨다. “집 문서건, 전세 계약서건, 남자 이름으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니 마누라한테 너무 기죽지 마라.”
하지만 Y씨는 자신이 아내에게 얹혀사는 능력 없는 남자도 아니고, 아내와는 서로 가진 것, 부족한 것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백번, 천번 옳은 기특한 생각이다. 이런 경우 아내는 당당하고, 남편은 배려한다. 그리고 아내가 집을 마련한 만큼 남편은 더 열심히 일한다. 가진 것이 없다면 모를까, 집이건, 능력이건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은 유연한 시각으로 결혼상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