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내는 인생 선배 부부가 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그리 화목하고 금슬이 좋은 부부는 아니다. 하지만 서로 태격태격하면서도 잘 살아간다.
어느 날이었다. 선배에게 “형수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했냐?”고 물었다. 선배는 아내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추고 넌지시 대답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50점도 안돼. 똥손이라 음식도 맛이 없고, 정리정돈도 잘 못해.. 근데, 마음이 태평양이야. 아내 앞에서 날을 세우는 사람이 없어. 포용력이 있어서 나를 참 편안하게 해줘...”
50점도 안된다는 아내의 칭찬이 끝이 없다. 선배를 사로잡은 아내의 매력이 그리도 컸던 것이다. 선배의 이야기에서 남녀 만남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주말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잘 될 것으로 기대했던 커플이 정반대의 결과를 전해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사람 모두 만남 과정에서 상대에 대해 허전함과 아쉬움을 느낀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을 30년째 보고 있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만나면서 부족함을 느끼는 남녀의 모습이다.
하지만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연령이 있는 남녀 만남에서 그 만남이 잘되고 안되고의 차이는 단점과 장점 중 무엇을 보느냐에 달려있다. 나와 안맞는 것에 집착하는 습관이 있는 남녀들은 정말 어렵다.
결혼한 분들은 동의할 것이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안맞는 부분들이 계속 나온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해하고 살면서 정이 든다. 삶의 흔적을 공유하면서 만들어진 감정이 사랑이 된다.
대부분 내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으려고만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남녀 만남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맞는 게 없다.
젊을 때는 한두가지에 꽂히면 마음을 주고 열정을 바치면서 맺어진다. 나이가 들면서 보는 눈이 높아진다. 만날수록 빈틈만 보인다.
하지만 정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도 상대에게 그렇게 보여진다. 내가 상대에 대해 고민하듯이 상대도 나에 대해 “이런 점은 좋은데, 이런 점은 안맞는다”는 고민을 한다. 잘 안되는 남녀의 만남을 보면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점을 한두가지 보고 거기서 고민을 멈추고 결정하는 것, 일종의 손절매를 하면 결혼한다. 사람은 보면 볼수록 빈틈이 더 보인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하면 빈틈이 다른 점들로 인해 보완된다.
상대의 단점을 먼저 보지 말고, 장점을 보는 것, 그리고 ‘나는 상대에게 어떤 상대로 보여질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본인의 몇가지 장점만 믿고 자만하거나 본인이 만나기를 원하는 조건만 고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혼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