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상담을 하면 이상형 얘기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아버지 닮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는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2~30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반면 엄마 닮은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남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렇게 여성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결혼현장에서 보면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기고 있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아버지 콤플렉스와 어머니 트라우마를 극복한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 용어는 내가 처음 사용한 것이다.
지난 세대의 아버지는 권위와 힘의 상징이었다. 외벌이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고, 그래서 가정의 중심이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아버지의 강함을 보완하는 부드러움으로 가족을 보듬었고, 아버지에 종속된 수동적인 입장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어머니에 대한 동정이 교차했다. 그래서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머니 편에 섰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아버지는 권위적이었고, 대화하기보다는 늘 야단치고, 잔소리하는 분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뜻에 거슬리지 않으려고 참고 사셨다. 아버지의 환갑잔치 때 주인공인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위한 노래를 불렀더니 그런 내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시던 아버지 표정이 2~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세대가 성장해 아버지를 극복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 ‘딸 바보’ 소리를 듣는 아버지가 됐다. 가정에 헌신하고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가 됐다. 지금 세대는 아버지 사랑을 받고 자라는 단군 이래 첫 세대일 것이다.
여성들이 아버지 닮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은 아버지 사랑을 받고 자란 세대의 성장으로 세상이 변했고, 결혼문화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