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성은 41년생, 우리나이로 82세다. 얼마 전 전화가 왔다. 늘 쩌렁쩌렁했던 목소리가 힘이 없는 쇳소리로 변해있었다. 병원에서 암진단을 받고 빨리 입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였다.
입원 수속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나한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이분의 역변을 보면서 인생무상도 느끼지만, 한편으로 젊은 날 본인의 선택이 지금의 이런 고통을 가져온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 남성은 젊은 시절 경력이 화려했고, 늘 갑의 위치에서 많은 사람을 부리며 살았다. 잠시 결혼생활을 했지만, 자녀 없이 이혼했다.
그 후에도 이성을 만나는 데 아쉬울 게 없었다. 많은 만남의 기회가 있었고, 여성들에게 구애도 받았다. 하지만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컸는지 만남 결과는 늘 안좋았다.
나도 오래 전 여성을 소개했던 인연이 있어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혼자 오래 살다 보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기 중심을 쉬이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고독감에 술을 마시고, 판단력이 흐려져서 모아둔 돈을 탕진했다. 부양 가족이 없으니 마음 내키는대로 살아온 결과였다.
어느 순간 경제력이 없어지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그분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은 절대 고독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나한테 전화했을까.
상황은 안타깝지만, 소개는 할 수 없았다. 젊은 날 아무리 큰 권력을 갖고 화려하게 살았다는 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쇠하고, 건강을 잃었고, 경제력도 없다는 것은 그 어떤 평범한 남성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조건이었다.
한편으로 이분의 어제를 생각하며 오늘을 보면서 젊은 세대를 생각하게 된다. 이성을 보는 눈이 높아 상대를 찾는 데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사람도 있고, 혼자 사는 게 편해서 결혼을 안하는 사람도 있다.
배우자 만남은 좋은 날을 같이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언젠가 늙고 병들었을 때 옆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혼자 사는 게 자신만만하지만, 인생의 화양연화는 의외로 짧다. 그걸 느끼고 후회할 때는 이미 늦는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상대를 만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늙어서도 서로 의지하는 것, 그것이 결혼이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