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결혼의 재해석>
“결혼은 해야 하나, 안해야 하나?”
30년간 3만명을 중매시킨 나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고민이며,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 해온 고민이기도 하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을 남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제자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고 또 하나의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소크라테스 본인도 악처를 만나 고통 받았다고 하니 누구보다도 결혼의 양면성을 잘 알았을 것이고, 그런 깨달음이 담겨선지 이 말은 오랜 세월 공감을 얻으면서 전해졌고,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유명인이나 결혼에 대한 고민과 후회는 다 있다. 결혼제도는 바뀔 수 있어도 남녀가 함께 사는 것을 결혼이라고 한다면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문제와 갈등은 인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그 맥을 같이 할 것이다.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의 말에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신념 등을 반영해 결론을 내리곤 했다. “어떻게 해도 후회한다는 거니까 차라리 결혼하지 않겠다”, “뭐든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나으니까 후회를 하더라도 결혼하겠다”등으로 말이다.
나는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면 하고 나서 후회하라”는 입장이다.
지금은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다. 또 부부 중에 이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혼을 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결혼을 안하는 게 좋은 이유가 있듯이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는 부부는 없다. 사랑하고 함께 살고 싶어서 결혼한다. 그런 만큼 환희와 기쁨, 행복을 누렸던 좋은 시절이 분명 있다.
결국 후회하는 건 결혼을 하나, 안하나 같은 결과라도 해도 결혼을 해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난 후의 후회와 아예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의 후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추수를 끝낸 후의 논과 아무 것도 없는 빈 땅이 같을 수는 없다. 프랑스 화가 밀레의 <이삭줍기>에는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줍는 여인들이 나온다. 언뜻 보기에는 황량한 들판 같지만, 결실을 거둔 땅은 그냥 빈 땅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생활도 그렇다. 후회의 순간까지 오는 과정에서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보며 쌓인 연륜과 경험은 실패의 잔재가 아니라 삶의 토양이 된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내가 결혼시킨 사람들이 다 잘 살지는 않는다. 이혼한 사람들도 많다. 쉬운 이혼이 없다는 말처럼 이혼 과정에서 서로 상처받고, 결혼이 지긋지긋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결혼 상대를 찾거나 마음을 나눌 상대를 찾게 된다. 결혼생활에서 느꼈던 위안과 안정, 행복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니까 결혼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남남이 만나 온전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의 경험은 당신의 인생을 충만하게 해준다. 결혼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많은 경험과 후회를 얻지만, 결혼 안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단지 후회를 얻을 뿐이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
♥Since 1991, 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