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혼 줄었다 늘어났다...가까울수록 멀어지는 부부관계의 역설-적당한 완충지대와 거리가 필요한 이유
며칠 전 통계청 발표를 보니 올해 3월 이혼 건수가 1년 전보다 24.4%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보다 1년 전이었던 지난 해 3월에는 전년 3월보다 이혼이 19.5%나 줄었다. 그래서 외국은 ‘코비디보스(코로나+이혼)’가 급증하는 반면 우리는 오히려 이혼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와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있었다.
코로나19 위기를 부부애로 극복하자, 이런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고 본다. 이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게 더 맞다. 이혼을 하는 데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이혼이 줄었던 것은 처음 겪는 전염병 위기에서 미래가 불확실하고, 경제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더해지면서 웬만한 리스크들은 일단 참고 넘어가는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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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 초반에는 가정생활에 신선함을 주고, 화목함에도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이다. 식사나 대화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고, 코로나19 위기에서 의지가 되는 사람이 곁에 있어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쌓였고, 부부와 가족이 너무 오래 가까이 있다 보니 그로 인한 반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부관계나 가족관계는 적당한 완충지대와 거리가 있어야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 이전에는 가족들이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런 과정에서 갈등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발산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 떠밀려 가족들이 일찍 집에 들어가게 되고, 자주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러면 없었던 부부의 애정이 다시 싹트고 가족애가 돈독해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대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툼이 많아질 것이다. 서로 따로 활동할 때는 몰랐던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외부활동을 통해 해소됐던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게 되고,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된다.
매일 같이 있는 부부들의 이혼률이 일반적인 부부들보다 더 높은 편이다. 서로에게 너무 밀착돼 있다 보면 숨을 돌릴만한 여유가 없다.
내가 아는 한 부부는 결혼 28년 만에 졸혼을 택했다. 50평대 아파트에서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던 남편은 10평대 오피스텔로 거처를 옮긴 후 표정부터 달라졌다.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게 된 지인이 물려준 가전제품과 살림살이를 받고 무척 행복해했다.
“매끼 직접 해먹으면서 아내의 노고를 생각하게 됐다. 한 집에서 부대끼며 살 때는 몰 랐던 그리움을 자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떨어져 살지 않았으면 아마 이혼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부는 폭발하기 직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가족이 일부러 멀리 떨어져 살기는 힘들다. 그럴수록 마음의 그물 구멍을 더 크게 해서 웬만한 불만은 흘려보내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더 필요한 때다.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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