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여성과 부모님을 만났다. 참 많은 성취를 이룬 뛰어난 여성인데, 나이의 벽에 막혀 만남이 쉽지 않다.
여성의 어머니가 넋두리처럼 하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살지 않느냐? 다들 나이 어린 여자들만 찾다가 결국 여자 남겨두고 먼저 간다.”
이 말은 내가 오랜 세월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부분들과 통해있다.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경우가 있다. 배우자 만남에서 남녀 나이 차이도 그 중 하나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혹은 주변에서 보면 나이 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다. 그리고 배우자와 사별해서 혼자 사는 나이 든 여성들도 많다.
이런 현상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니까 그렇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왔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남성이 나이 어린 여성과 결혼하는 ‘남고여저(男高女低)’문화의 결과다. 연령차가 나는 결혼을 하면 남성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 건 당연하다.
통계청의‘2019년 생명표’에 따르면 2019년 60세였던 남녀의 기대수명은 각각 23.3년, 28.1년으로 남녀간 기대수명 차이는 4.8년이었다. 또 50세 남녀는 각각 32.0년, 37.5년으로 5.5년 차이가 났고, 40세 남녀는 각각 41.3년, 47.1년으로 5.8년 차이가 났다.
즉 동갑인 남녀가 결혼했을 때 60세는 여성이 4.8년 더 오래 살고, 50세와 40세 역시 여성이 각각 5.5년, 5.8년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결혼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여성이 혼자 살아야 하는 기간은 이보다 더 길어진다.
한날 한시에 세상을 떠나는 부부가 몇이나 있겠는가. 그렇더라도 사별하고 홀로 남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불행이다. 게다가 나이 차이 많은 남성과 결혼해서 일찍 사별해 오랜 시간을 혼자 살게 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배우자 만남에서 남녀 연령차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혼할 때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많은 현상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전통혼에서는 여성 연상이 일반적이었다.
어느 순간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많아야 하는 게 당연해졌다. 이런 관습이 의식화되어 젊은 세대들의 만남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나이의 벽에 막혀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있을 정도다.
연애 시절이나 신혼 기간을 빼고는 살면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힘든 경우가 많다. 또 나이 차이 나지 않는 커플들이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활기차게 잘 사는 모습을 많이 보기도 했다.
나이 차이 하나만 양보하면 얻게 되는 장점이 많다. 행운이라고 할 만한 만남도 가능해진다.
잠깐의 만족을 위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부부가 함께 오래 잘 살아야지, 할머니만 남는 건 비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