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겨울을 재촉하는 추위에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한 남성의 회신이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뜻은 잘 알겠는데, 저는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아버지가 저와 소통이 잘 안돼서 고생을 시켜드린 것 같네요.”
단호함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이렇게 아들은 결혼 생각이 전혀 없다는데, 86세 아버지는 아들 걱정에 애가 탄다.
몇 년 전 인연이 닿아 알고 지내온 그 분은 우리나라 개발시대의 주역 중 한분으로 이름을 대면 알만한 분이다. 동년배와 비교하면 비교적 건강한 편인데, 며칠 전 사무실에 들른 그 분 모습을 보니 좀 여윈 듯 했다.
걱정스런 마음에 안부를 물으니 한숨부터 나온다.
“자식들이 결혼을 안하니 대가 끊길 것 같아요.”
60대 초반인 첫째 아들은 자녀 없이 이혼했고, 50대 중반인 둘째 아들은 아예 결혼생각이 없다. 나한테 문자를 보낸 그 아들이다.
경제력이 있는 아버지 덕분에 두 아들은 부족함 모르고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앞으로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준비해줬다.
“자손까지 바라지는 않아요. 짝이라도 있으면...”
아버지는 자식들이 홀로 인생을 보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정도 바람이 절대 욕심은 아닌데, 부모와 생각이 다른 자식들에게는 그마저도 강요이고, 잔소리로 생각하기도 한다.
많은 것을 이루며 자신의 시대를 풍미했던 아버지는 자식 결혼만큼은 어쩌지 못해 이렇게 하소연을 했다. 걱정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내가 한번 나서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문자를 보냈고, 한참 만에 온 아들의 답변은 예상했던 대로다. 부모 마음을 알기에 동생 같은 마음에서 계속 설득해볼 참이다.
얼마 전에는 딸 가진 어머니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런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결혼을 안하거나 결혼해도 무자녀로 사는 사람도 많다.
이런 현상이 훗날 대한민국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어떤 재앙이 될지 모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