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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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들이 사귀는 여자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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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결혼문제를 상담하겠다고 온 어머니가 느닷없이 하는 말에 잠시 의아해하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아들의 애인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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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드님과 먼저 얘기를 해보는 게 좋겠는데요.”
“잘 알죠.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어요. 며느리 들어오면 줄 게 많은데, 아무나 들어오면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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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어머니는 가방에서 보석 몇 점을 꺼내 보여줬다. 보석을 모르는 내가 봐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감탄하며 쳐다보자 어머니는 다시 가방을 열고 뭔가를 꺼냈다. “더 좋은 건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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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본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보석이 내 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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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보석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요.”
“시댁에서 대대로 맏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가보이지요. 값이 100만불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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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머니는 국제결혼을 했다. 남편은 타이완 명문가의 장남이다. 대만은 같은 아시아권이어도 한국과 정서가 달라 집안이 장남 중심으로 움직이고 장남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고 한다. 이 어머니는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보석들을 며느리에게 물려줄 생각이고, 그래서 아들이 누구를 사귀는지에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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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가족은 미국에 살고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대만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한국인 여성을 만나고 있다. 아버지는 대만인 며느리를 보고싶어 하지만, 미국이라는 다문화국가에 살면서 혈통을 따지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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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같은 한국인 여성을 만난 것이 다행이라면서도 단순한 여자친구가 아니라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주의깊게 봐 왔다고 한다. 요즘 20대 젊은이들답게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모습을 이 어머니는 예의가 없다고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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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상담은 물 건너 간 셈이고, 나는 관찰자 시점에서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풍을 따르자니 며느리감이 성에 안차고, 반대를 하자니 명분이 부족하다. 어머니에게는 가보의 상징성이 중요하지만, 아들이 만나는 20대 여성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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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그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지점이 바로 자녀의 결혼이다. 어머니의 아들이 만나는 여성이 누군지는 모른다. 잘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과연 그녀가 100만달러짜리 보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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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20년, 아직도 이런 스토리는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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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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