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진의 ‘싱글족에게 골든라이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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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 인간과 인생을 접하는 것이다 보니 참 많은 사연을 알게 된다.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기뻐하면서 30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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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남녀와 부모님들이 공유하면 좋을 것 같은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몇 년 전 딸의 결혼 문제로 상담을 청한 어머니가 있었다. 당시 그분의 딸은 50대 초반, 어머니는 70대 중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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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급여를 많이 받지만,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직종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성실하고 유능해서 인정을 받았고, 그래서 일이 끊이지 않았다. 능력있는 여성이라서 당시에도 만날 수 있는 남성들이 좀 있었다. 하지만 딸은 “당장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나중에 생각해보겠다”면서 한사코 거절했고, 그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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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는 딸은 오랫동안 이성을 만나지 않아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일에 있어서는 연륜이 쌓였지만, 이성관계는 풋내기나 다름없었다. 젊었을 때는 열정이 있으니까 뭐든 시도해볼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신중함과 경계심이 커져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딸에게는 그 일이 바로 이성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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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머니는 혼자 사는 딸을 늘 걱정했고, 그래서 1년에 몇 번씩 나한테 전화를 해서 딸 얘기를 했고, 나도 잘 들어주고 어머니를 다독였다. 얼마 전 오랜만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는데,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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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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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쓰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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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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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급기야 대성통곡을 했다. 울음이 쉬 멈춰지지 않았기에 난 한참을 기다렸다. 겨우 울음을 멈춘 어머니에게서 들은 바로는 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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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한결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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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살았어요. 수술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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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의식이 돌아왔고, 수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한결 마음이 놓이면서도 다른 걱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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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딸이 의식불명 상태까지 갔었으니 결혼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테지만, 나는 딸의 미래를 잠시 떠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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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급여도 높고,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아프고 난 후의 딸의 삶은 완전히 바뀐다. 어쩌면 예전의 상태로 완전히 회복할 수 없을지 모르고, 직장생활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딸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늙은 어머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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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에는 아름다움, 멋짐에 취해서 좋아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면서 아름다움은 사라지지만, 가족이 함께 한다. 예전에 아는 분의 병문안을 갔다가 어느 침상은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옆에 아무도 없이 홀로 누워서 창밖을 하염없이 보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오랫동안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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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 분의 자리에 딸이 누워있는 상상을 했다. 그것이 딸의 미래일 수도 있다. 건강하게 활동하고, 자립이 가능할 때 만날 수 있는 이성과 아픈 다음에 만날 수 있는 이성은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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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머니의 바람은 딸의 결혼이 아니라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됐다. 딸이 의식을 찾았다고 안도하던 어머니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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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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