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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잠잠할 줄 알았는데···
sunwoo | 조회 4,006 | 07.28.2020
|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유명인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디 유명인들뿐이겠는가. 보통사람들에게도 드문 일이 아니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런 일들에 대해 각자 판단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얘기해보고 싶다.
사람이 이성을 그리워하는 것은 본능이다. 사회의 규범과 도덕, 법과 제도가 있어 자신의 본능을 제어하는 것이다. 아마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이런 남녀 문제는 되풀이될 것이다.
몇년 전 70대 중반의 남성이 재혼을 하겠다고 찾아왔다. 아내와는 1년 전에 황혼 이혼을 했다고 한다.
“평생 안 맞는 여자랑 사느라 고생했다오.”
“뭐가 그렇게 안 맞으셨나요?”
“말이 안 통하고, 재미도 없고….”
그 남성이 말하는 ‘재미’가 뭔지, 잠시 생각하다가 성적인 뉘앙스임을 알아차렸다.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이런 열정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며칠 후 그 남성의 딸이라는 여성이 찾아왔다.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 노인네 재혼, 절대 안 됩니다. 평생 우리 엄마를 송장 취급하더니 결국 버려놓고 당당하게 새 살림을 차리겠다네요.”
가족들끼리 잘 의논해서 해결하라는 말로 그 남성의 상담을 마무리했다.
딸의 말로는, 그 남성은 결혼해서 50년 동안 여자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늙으면 잠잠할 줄 알았는데, 아마 죽을 때까지 저렇게 살 것 같아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열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잘못된 남녀관계를 공론화하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였고, 사회적 묵인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상징적인 몇몇 사건들이 강하게 각인됐다. 이제는 성문제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졌다.
그래도 인간적인 욕구는 변하지 않는다.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막지 못한다. 이전까지는 억누르거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단죄 등으로 처리됐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 세대는 열정을 추스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넘치는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각자에게 있다.
내가 아는 40대 기혼여성에게는 20년 가까이 만나온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이 있다. 30대 초반에 소개받은 그 남성과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이성친구로 남았다. 남편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사연을 모른다.
“우리 둘이 고향이 같아서 사회에서 만난 고향친구라고 (남편은) 알고 있어요. 내가 가끔 그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남편 욕하러 가느냐고 농담도 하지요.”
내가 보기에 그녀는 아주 이상적인 답을 가지고 있다. 젊을 때 만나는 다수의 이성 중 한명은 결혼상대, 그 외 몇 명은 평생의 이성친구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이성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술친구가 필요하고, 대화상대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 상대가 굳이 이성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이성과의 건강하고 신뢰할 만한 관계 속에서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비뚤어지고 기형적인 성문제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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