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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때문에 헤어졌다, 말이 될까
sunwoo | 조회 2,801 | 09.22.2020
|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남자가 담배 하나 확실하게 못 끊는다고 헤어지자네요, 그게 말이 되나요?”
매니저에게 교제하는 여성의 얘기를 전하면서 하소연한 남성이 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 여성은 어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담배를 전혀 안 피운 어머니는 골초인 아버지 때문에 평생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흡연을 극도로 싫어했고, 남성과 사귀는 몇 개월 동안 담배를 끊으라고 여러번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 남성은 “담배, 그 까이꺼”할지 모르지만, 여성에게는 절박하고 절실한 문제였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갈등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담배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얼마 전 한국 남성의 흡연율이 OECD 평균 흡연율 22.4%를 웃도는 36.7%라는 통계를 보고 떠오른 사례다.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감으로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을 선호한다. “흡연 여부까지 따지냐?”고 항변하는 남성들도 있지만, 흡연을 건강뿐 아니라 의지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어서다. 담배를 끊어야 할 때 끊지 못하면 그만큼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담배 피우지 않는 남성을 유달리 선호하는 사람들이 바로 미국의 동포 부모 세대다. 이들은 한국적 정서를 가졌지만, 미국의 결혼문화에 익숙해서 조건을 많이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흡연자에 대해서는 점수가 박한 편이다.
흡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대마초나 마리화나를 많이 피우고 무절제한 생활습관에 대한 반감이 담배를 멀리하게 만든 것이다.
얼마 전 결혼을 결정한 교포 커플이 있다. 그런데 여성의 어머니가 남성에게 아쉬움을 나타냈다. 거주하는 지역이 떨어져 있어서 어느 한쪽이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커리어가 좋은 여성이 헤드헌터를 통해 남성과 가까운 지역의 기업으로 스카우트됐다.
“그 회사에 몇 년 더 있으면 임원도 될 수 있는데, 너무 아쉬워요.”
“따님이 더 경력이 많고, 좋은 조건이라 회사를 옮길 수 있는 기회도 많죠.”
“제가 서운해서 그렇죠. 저도 식당을 운영하느라 묶여 있어서 멀리 살면 만나기도 힘든데….”
“어디 가서 살아도 믿을 만한 남성입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성실하고요.”
내 말을 들은 어머니가 반색을 했다.
“술, 담배를 안 해요? 다행이네요. 남자가 술, 담배 잘해서 좋은 게 뭐 있어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 남성은 알레르기가 있어서 술, 담배를 절제하면서 건강관리를 했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어머니가 술, 담배를 유독 싫어한 덕분에 남성을 사위로 받아들이는 반전 포인트가 된 셈이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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