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싱글족에게 골든라이프는 없다’ [2]
⠀
⠀
65세 최 대표는 벤츠를 타고 다닌다. 400만원 이상 연금도 나오고, 저축해둔 현금도 상당하다. 그에게는 성공한 사람 특유의 여유와 품위가 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부족함 없이 지금껏 싱글 라이프를 즐겼다.
⠀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외로워졌다. 혼자 밥 먹기 싫어졌고, 불 꺼진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졌다.
그래서 1년 전에 회원 가입해 여성을 여러명 소개받았다. 띠 동갑 어린 여성도 만났고, 7살 어린 의사분도 만났고, 마찬가지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사업하는 여성도 만났다. 만남 후 상대 평가도 좋았다. 매너와 분위기도 좋고, 서류상 총각이니 복잡한 문제 같은 것도 없어 여성들에게서 환영받는 편이었다.
⠀
만난 여성들 일부는 남성의 집에서 밤을 같이 보내는 ‘찐한’ 데이트도 했다. 주로 여성들이 먼저 호감을 보였고, 남성도 이에 동조했다.
⠀
이런 만남이 이어지면 결혼 얘기도 나올만 한데 그렇지 않았다.
⠀
왜 그럴까?
혹시 성적인 능력에서 문제가 있나? 보기와는 다르게 괴팍한가? 아님 여성들이 등 돌릴만한 뭐가 있는 건가?
⠀
우연히 그와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감을 잡았다.
⠀
한 여성과 데이트하고, 좋은 감정이 있어 집에도 초대했다. 관계도 가졌다. 그 다음이 중요한데,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 일어나 다른 방에서 자게 되더라는 것이다. “왜?”라고 묻는 내게 그는 당연한 듯이 얘기했다.
⠀
“누구랑 같이 자는 게 너무 이상해서요. 수십년 습관이란 게 무서워요.”
“말씀은 이해가 되지만, 여성분 입장에서는 갑자기 온도차가 느껴졌을 것 같네요. 방금 전까지는 뜨겁던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다른 방으로 가버리면…….”
“그렇겠죠. 아침에 얼굴을 보니 분위기가 싸하더라고요. 이런 문제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
싱글로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혼자 사는데 익숙해지면 옆에 누가 있으면 어색해진다. 젊을 때 결혼을 하면 각자의 습관을 바꾸는 데 시간이 덜 걸리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기의 틀을 깨기가 힘들어진다.
⠀
외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는 게 바로 ‘독신의 덫’이다. 이 남성처럼 어느새 독신생활에 익숙해져서 결국 누구와 함께 하기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성관계의 경우 없을 때는 그립고, 옆에 있으면 부담스러운 것이다.
⠀
50대 후반에 오랜 독신을 끝내고 70대 남성과 결혼한 한 여성이 있었다.
⠀
“혼자 살다가 둘이 사니까 어떠세요?”
“처음엔 자다가 깨서 옆에 누가 누워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근데 차츰 드는 생각이 내가 혼자 살면서 외로움에 너무 길들여졌었더라고요.”
⠀
독신으로 살 때는 외로움을 홀가분함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유롭고, 내 중심으로 생활이 돌아가는 것이 편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인연이 돼 결혼을 했는데, 그리고 나서 자신이 너무 외롭게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
그녀는 상차림을 예로 들면서 둘이 사는 것은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니라 서로의 식성, 식사시간, 밥 먹는 습관도 고려해야 하기에 번거롭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외로움보다는 둘이 사는 번거로움이 더 좋다고 했다.
⠀
몇 달 전에는 그 강인하던 남성이 전화를 했다.
⠀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목소리가 안 좋은데, 어디 아프신가요?”
“몸살을 심하게 앓았어요. 예전에는 좀 아프다가 툴툴 털고 일어났는데, 이젠 안되네요.”
⠀
그의 목소리가 조금 풀죽은, 아니 울먹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
“수십년 혼자 살면서 연애를 하다가도 무슨 관성의 법칙처럼 혼자의 삶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이제 한계가 온 것 같아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요.”
⠀
혼자 사는 게 멋있어 보인다던, 그래서 천생 독신주의자로 불리던 그가 이제 그 독신의 덫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 오랜 습관, 관성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한다.
⠀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Since 1991, 선우♥
상담전화 : 1588-2004
미국 동부 : 201-678-8503
미국 서부 : 213-435-1113
미국 시애틀/밴쿠버 : 213-505-4259
카카오톡 상담 : @sun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