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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덫 - 혼자임에 익숙해지는 것
sunwoo | 조회 3,483 | 07.05.2020
|이웅진의 ‘싱글족에게 골든라이프는 없다’ [2]
65세 최 대표는 벤츠를 타고 다닌다. 400만원 이상 연금도 나오고, 저축해둔 현금도 상당하다. 그에게는 성공한 사람 특유의 여유와 품위가 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부족함 없이 지금껏 싱글 라이프를 즐겼다.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외로워졌다. 혼자 밥 먹기 싫어졌고, 불 꺼진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졌다.
그래서 1년 전에 회원 가입해 여성을 여러명 소개받았다. 띠 동갑 어린 여성도 만났고, 7살 어린 의사분도 만났고, 마찬가지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사업하는 여성도 만났다. 만남 후 상대 평가도 좋았다. 매너와 분위기도 좋고, 서류상 총각이니 복잡한 문제 같은 것도 없어 여성들에게서 환영받는 편이었다.
만난 여성들 일부는 남성의 집에서 밤을 같이 보내는 ‘찐한’ 데이트도 했다. 주로 여성들이 먼저 호감을 보였고, 남성도 이에 동조했다.
이런 만남이 이어지면 결혼 얘기도 나올만 한데 그렇지 않았다.
왜 그럴까?
혹시 성적인 능력에서 문제가 있나? 보기와는 다르게 괴팍한가? 아님 여성들이 등 돌릴만한 뭐가 있는 건가?
우연히 그와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감을 잡았다.
한 여성과 데이트하고, 좋은 감정이 있어 집에도 초대했다. 관계도 가졌다. 그 다음이 중요한데,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 일어나 다른 방에서 자게 되더라는 것이다. “왜?”라고 묻는 내게 그는 당연한 듯이 얘기했다.
“누구랑 같이 자는 게 너무 이상해서요. 수십년 습관이란 게 무서워요.”
“말씀은 이해가 되지만, 여성분 입장에서는 갑자기 온도차가 느껴졌을 것 같네요. 방금 전까지는 뜨겁던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다른 방으로 가버리면…….”
“그렇겠죠. 아침에 얼굴을 보니 분위기가 싸하더라고요. 이런 문제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싱글로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혼자 사는데 익숙해지면 옆에 누가 있으면 어색해진다. 젊을 때 결혼을 하면 각자의 습관을 바꾸는 데 시간이 덜 걸리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기의 틀을 깨기가 힘들어진다.
외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는 게 바로 ‘독신의 덫’이다. 이 남성처럼 어느새 독신생활에 익숙해져서 결국 누구와 함께 하기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성관계의 경우 없을 때는 그립고, 옆에 있으면 부담스러운 것이다.
50대 후반에 오랜 독신을 끝내고 70대 남성과 결혼한 한 여성​이 있었다.
“혼자 살다가 둘이 사니까 어떠세요?”
“처음엔 자다가 깨서 옆에 누가 누워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근데 차츰 드는 생각이 내가 혼자 살면서 외로움에 너무 길들여졌었더라고요.”
독신으로 살 때는 외로움을 홀가분함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유롭고, 내 중심으로 생활이 돌아가는 것이 편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인연이 돼 결혼을 했는데, 그리고 나서 자신이 너무 외롭게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상차림을 예로 들면서 둘이 사는 것은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니라 서로의 식성, 식사시간, 밥 먹는 습관도 고려해야 하기에 번거롭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외로움보다는 둘이 사는 번거로움이 더 좋다고 했다.
몇 달 전에는 그 강인하던 남성이 전화를 했다.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목소리가 안 좋은데, 어디 아프신가요?”
“몸살을 심하게 앓았어요. 예전에는 좀 아프다가 툴툴 털고 일어났는데, 이젠 안되네요.”
그의 목소리가 조금 풀죽은, 아니 울먹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수십년 혼자 살면서 연애를 하다가도 무슨 관성의 법칙처럼 혼자의 삶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이제 한계가 온 것 같아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요.”
혼자 사는 게 멋있어 보인다던, 그래서 천생 독신주의자로 불리던 그가 이제 그 독신의 덫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 오랜 습관, 관성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한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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