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들 보니까 회비 많이 내면 소개를 빨리 해주는 것 같던데…. 급행료 같은 거요, 여기도 그런 거 있나요?” 여성의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딸은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현지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한국계가 거의 없는 지역에 살다 보니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는 현실적인 답변을 했다.“소개가 어려우니 기다려야 하고, 지금은 상대가 없어도 새로운 사람은 계속 들어오니까 만남은 이뤄질 수 있다”고. 모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결국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네요.” 당장 그만둘 것 같던 여성은 그 후 1년을 기다렸고, 유학 온 남성과 동포 남성, 그렇게 2명의 남성과 연달아 만남을 가진 후 동포 남성과 결혼했다. 이 남성은 정 반대의 경우다. 30대 후반의 그는 소위 ‘킹카’로 불리지만, 나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7~8년 동안 몇 번을 재가입하면서 100번 넘는 만남을 가졌지만, 아직 싱글이다. 나조차도 그가 원하는 이성상을 알 수가 없다. 예쁜 여성을 만나면 나이가 많다고 하고, 나이 어린 여성을 만나면 직장이 안 좋다고 한다. 마흔을 안 넘기게 하려고 이제는 그의 어머니까지 등장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갖출 만큼 갖춘 그에게 지금 가장 어려운 일은 결혼이다. 이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생 총량의 법칙. 이 오묘한 신의 섭리는 남녀 간 만남에도 작용한다. 잘난 사람은 이성을 쉽게 만나고 쉽게 결혼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진 게 많을수록 더 조심하고 더 따진다. 재산이 아주 많거나 보통이거나 없거나, 지위가 아주 높거나 보통이거나 낮거나, 학벌이 아주 좋거나 보통이거나 안 좋거나, 남녀가 배우자를 만나는 과정의 고통과 고뇌는 그 총량에 있어서 비슷비슷하다. 결혼생활을 오래 지속한 부부들은 대개 이런 말을 한다. “잘난 사람이라고 늘 행복한 것도 아니고, 부족하다고 해서 불행하지만은 않다.” 살다 보면 행복과 불행, 슬픔과 환희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다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쉽기만 한, 혹은 어렵기만 한 인생과 만남은 없다. 정말 아프게 실연을 한 후 몇 년 동안 힘들어하다가 용기를 내 소개를 받아보겠다고 나를 찾아온 어느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100만큼의 고통을 갖고 태어나서, 그것을 다 소진해야 죽는대요. 그걸 일시불로 겪느냐 할부로 겪느냐, 그 차이만 있을 뿐이라네요. 저는 연애에서는 일시불로 다 겪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제는 좋은 일만 있겠죠.” 그녀의 말에 찬성 1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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