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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은 영원한 뫼비우스의 띠
sunwoo | 조회 4,028 | 12.25.2019

‘뫼비우스의 띠’라는 게 있다. 길쭉한 종이를 한번 꼬아서 양끝을 연결하면 앞뒷면도, 좌우도 구별할 수 없고 계속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남녀관계야말로 뫼비우스의 띠 같다는 생각이 든다.

A는 B를 좋아하고, B는 C를 좋아하고, C는 D를 좋아하고, D는 A를 좋아하는, 이렇게 이성과의 만남은 서로 어긋나고 딱 맞아 떨어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A는 B를 좋아하고, B는 A를 좋아하면 둘 다 행복할텐데, 왜 B는 A가 아니라 C를 좋아할까? 그 이유는 바로 이상형 때문이다.

올해로 29년째 중매사업을 하면서 오랜 세월 고민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해온 것이 바로 이상형이다.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결혼과정을 지켜보며 내린 나의 결론은 ‘이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를 만날 것인가를 놓고 기준을 세우게 되고, 그런 기준들을 뭉뚱그려 놓은 것이 바로 이상형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그리는 막연한 이상형은 실제 결혼생활에서 서로 잘 맞는 배우자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원상담을 하거나 가입을 받을 때 이상형이란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러다 보면 경쟁에서 밀린다. 자기 이상형대로 소개해주지 않는다고 회원 불만이 생기고, 이상형에 갇혀서 잘 판단하지 못하거나 좋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고 설득해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동포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에 속하는 30대 후반 남성을 중매한 적이 있다. 프라이드가 강하고, 눈이 높아서 10명의 여성을 소개했는데, 다 거절했다. 다들 나름대로 장점이 많은 여성들인데, 그 남성은 ‘작은’ 단점을 어찌나 잘 찾아내는지, 나중에는 “당신은 단점 하나 없는 사람인가?”라고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3명의 여성을 추천했는데, 이전 10명의 여성들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에 사실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남성은 3명 중 한 여성을 지목해서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와는 9세 차이가 나는 여성이었다.

“이 분을 한번 만나고 싶은데요.”

“여성 쪽 의사를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거절했다.

“좋은 분이라는 건 아는데요, 나이가 너무 많아서요.”

“그럼 제가 추천한 분들 중에 마음에 드는 분이 있나요?”

“네, 하버드 대학 나온 그분이라면….”

그런데 하버드대 출신의 그 남성은 이 여성이 아니라 시애틀에 있는 동포 여성을 소개해달라고 했고, 시애틀의 여성은 프랑스 동포 남성을 만나고 싶어했다. 프랑스 동포 남성은 시애틀의 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말로 뫼비우스의 띠다.

물론 그들에게는 이 사람이 좋고, 저 사람이 싫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 남녀들은 어떻게 만나도 다 잘 어울린다. 한두가지 부분에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그래서 일단 만남을 가져보면 서로 호감을 가질텐데, 한가지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이 뫼비우스의 띠는 끊어지지 못했다. 이상형은 영원한 뫼비우스의 띠다.

그들은 이상형을 아직 못 만났다고 생각하지, 이상형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상형을 만나 결혼하더라도 안 맞는 부분이 생기는데, 살아보지 않고 알기는 어렵다.

나는 그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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