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나이 들어 둥지에서 체념과 익숙함. 측은지심을 갖고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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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나이 들어 둥지에서 체념과 익숙함. 측은지심을 갖고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어떤 부부의 얘기다.

두 사람은 20대 중반에 결혼을 했다.

10가지 중 9가지가 안맞을 정도로
공유하는 부분이 거의 없고,
둘 다 강한 성격이라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다.

자녀들도 이혼하라고 권할 정도로
부부 사이가 안좋았다.

그런데도 이혼을 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남편도 아내에게 위자료, 양육비를 줄만한 형편이 아니었고,
아내도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부부는 50대가 되었다.

어느 날 남편이 우연히 화장실에서 아내가 머리 염색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흰 머리가 난 지는 오래 되었겠지만,
데면데면 지내다 보니
남편은 그날에서야 아내의 흰머리를 처음 본 것이다.

손이 안닿는 데까지 염색하느라 안간힘을 쓰는 아내를 보자
짠한 마음이 들었다.

입이 안떨어져서 도와주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지만,
‘잘해준 것도 없는데,
아등바등 살다가 어느 새 늙었네.’
라는 생각에 안쓰러웠다는 것이다.

그 이후 남편은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있을 때
한번 두 번 져주게 되고,
남편이 져주니까 아내도 양보를 하고,
한쪽이 저주니 다른 한쪽도 양보
그러면서 부부 싸움이 점점 줄어들었다.

부부는 늙으면 남녀를 떠나 가족이 된다.
함께 많은 일을 겪은 동지가 된다.
내 마음이 니 마음이고, 니 마음이 내 마음 같은 짝이 된다.

더는 바라지 않으니 체념하고,
그 속을 다 아니까 익숙해지고,
그 까맣던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게 측은해지는,
그런 마음이 되는 게
바로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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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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