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해석남녀]
결혼과 종교의 슬기로운 조화가 중요
한국은 종교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배적 종교 없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결혼과 종교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결혼 1년차인 L모씨(29세)는 일요일마다 혼자 교회에 간다. 기독교가 모태신앙인 그녀는 종교가 같은 남성과 결혼하고 싶었는데, 그녀 마음을 사로잡은 남성은 무교였다. 잘 설득해서 같이 교회에 다니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니가 독실한 불교 신자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입장을 배려하다 보니 결국 혼자 교회에 다니게 된 것이다.
그래도 L모씨는 다행이다.
부부, 혹은 고부간에 종교가 달라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흔히 배우자를 선택할 때 외모, 직업, 학벌 등을 따지는데, 나는 종교적 부분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개인의 정서와 성격, 생활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종교와 결혼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결과가 있다. 같은 종교끼리 결혼하는 종교적 동질혼(무교와 무교의 결혼 포함)이 조사대상 3112쌍의 55.1%나 되었다. 종교별로 동질혼의 비율은 개신교 > 천주교 > 불교의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종교간 혼인비율 높아…서로의 종교 인정해줘라
부부의 종교가 같으냐, 다르냐는 단지 부부 사이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부와 부모의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부모와 자녀가 같은 종교를 믿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60.6%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배우자 선택에서 종교를 중요한 조건으로 본다면 상대방 뿐 아니라 그 부모의 종교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아들-며느리의 종교 일치도가 부모-딸-사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이 결혼 후 시댁 문화에 적응, 내지는 편입되어가는 경향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연이라는 게 꼭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는다.
종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직장 여성 K모씨(32세)는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 한번도 제사를 치러본 적이 없었는데, 불교집안 장남과 결혼한 지 3년이 된 지금 제사 음식은 물론 제사상 차리는 것도 척척 해낸다. 뭐든 열심히 하려는 그녀를 시어머니도 예쁘게 여겨 그녀가 늦은 밤까지 성당에서 교리공부를 하고, 미사에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서로의 종교를 인정해주는 것, 이것이 종교가 다른 고부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다.
여성 신앙심 높아, 시어머니의 종교적 성향 살펴야
종교가 다른 커플은 결혼 전 종교문제에 대한 대화와 합의가 꼭 필요하다. “결혼해서 설득하면 되겠지..”하는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다. 또한 “당신 종교를 따르겠다”는 약속도 신중해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의 종교를 자녀가 따라서 믿는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종교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자신의 종교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상대 집안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경우 갈등의 소지가 더욱 높다. 무조건 자기 종교를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상대 집안이 종교의 차이를 인정해줄 정도로 개방적인지, 특히 같은 여성인 시어머니의 종교적 성향은 어떤지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