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00님은 이성적으로는 처음 만난 그분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심정적으로는 교회 그분에게 끌리고 있어 보여요. 양쪽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어서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결혼상대를 결정할 때 초혼녀, 이혼녀, 이런 경계는 허물고, 그 사람 자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초혼인데, 이혼녀라는 결혼경력을 전혀 신경 안 쓸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하죠. 중요한 건 초혼녀, 이혼녀라는 전제가 그 사람을 설명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죠. 초혼녀이기 때문에 이렇고, 이혼녀이기 때문에 이렇고, 그렇지는 않으니까요. 초혼, 이혼, 이런 걸 떠나서 자꾸 만나고 싶고, 만나면 좋고, 이런 분은 누구예요?
“그건…….”
“교회 그분인가요? 같은 남자로서 공감하는 게 있어서 알 수 있어요.”
8-90년대만 해도 초혼남과 재혼녀의 결혼은 신기하고 별난 일이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비율은 점점 증가했지만, 그때도 여전히 희소성이 있었다. 결혼문화의 변화를 20년 주기로 보면 지난 20년은 문화의 뿌리부터 뒤집히는 핵폭발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초혼과 재혼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고, 어느 순간 초혼남과 재혼녀의 결혼은 우리 결혼문화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초혼남과 재혼녀의 결혼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거나 왜곡하지 않고, 평범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현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평생 1명의 배우자, 혹은 파트너와 살면 좋겠지만, 감정이란 건 변하게 마련이고, 살다 보면 변수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1번의 결혼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원치 않는 인생을 사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럼…. 대표님은 교회 그분과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내 생각이 중요한 건 아니죠. 우리 사회에 이혼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많아요. 이혼한 사람치고 괜찮은 사람 없다느니,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 이혼을 했지, 그 과정에서 분명히 성격이 비뚤어졌을 거야…. 이런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그 사람만을 보고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겁니다. 정말 결혼상대로서 중요한 부분이 그분에게 있다면 나머지는 감당해 나가야죠.”
“소개해주신 그분도 만나면서 고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현재 모습보다 결혼하면 나아질 거라는 것은 어찌 보면 환상이죠. 지금이 아니면 나중도 아닌 거죠. 결혼하면 무슨 벼락을 맞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확 바뀌겠어요? 나는 이혼녀인 그녀를 만나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20대 후반에, 아직 결혼도 안 한 여성들도 많은데, 그 나이에 벌써 이혼녀가 된 데는 분명히 사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녀가 그런 상처와 실패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고 당당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만나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가 주변 시선이나 사회적 편견에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용기있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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