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방정식 20세기 vs 21세기>
197-80년대
소개를 주선한 친구가 약속장소를 잡았다.
“종로3가에 있는 00다방에서...”
1980년대는 바야흐로 다방의 전성기였다.
당시 찻값이 자율화되면서 차 종류가 다양해졌고,
분위기 좋은 다방들이 많이 등장했다.
남녀의 첫 만남도 다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들에게는 달달한 생크림을 듬뿍 올린 비엔나 커피가
단연 인기였다.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가 차츰 가시면서
서로 조금씩 말문이 트이면
남자가 넌지시 제안한다.
“식사라도 하시겠어요?”
물론 상대가 마음에 들었을 경우.
다음 코스는 경양식집이다.
경양식은 사전적 의미로 ‘간단한 서양식 일품요리’를 뜻하는데,
당시 경양식집의 주메뉴는 돈까스 코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스턴트 가루 스프를 끓인 것 같은 맛의
크림 스프를 시작으로
큰 접시 위에 돈까스와 감자 사라다 등이 한꺼번에 놓인 메인 요리,
후식으로 커피가 나왔다.
식사시간이 즐거웠다면
남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근처 공원을 거닐면서 대화의 시간을 갖곤 했다.
이런 코스는 비단 첫 만남 뿐 아니라
1980년대 남녀의 데이트방식이기도 했다.
2017년 현재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남)
“파스타 어때요? 가볍고 캐쥬얼하게요.” (여)
“댁 근처에 맛있는 파스타집 있어요? 아님 잘 가시는 곳으로..” (님)
“그럼.. 홍대 앞에 있는 000에서 만나죠.” (여)
첫 만남을 앞두고 있는 남녀의 00톡 대화이다.
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며칠 후 여자가 정한 파스타집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미리 00톡으로 얘기를 많이 나눠선지 그다지 서먹한 느낌은 없다.
단지, 조금 예의를 차리는 정도.
그것도 비슷한 나이, 취향이 서로 맞았는지,
금새 친해진 분위기다.
간단하게 파스타로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2차로 남자가 자주 간다는 와인샵으로 이동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남녀가 처음 만나 식사를 하면 깨진다.”
“첫 만남은 1차만 하고 끝내야 한다.”
등등 부모 세대가 첫 만남에서 지켰던 금기나 원칙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움직인다.
2차에도 좋았으면 3차도 간다.
노래방, 영화, 호프집, 혹은 산책..
코스도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