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으로 미국 명문대 의대 수석 졸업, 179cm에 72kg의 균형 잡힌 스타일, 톰 크루즈 분위기 나는 훈남, 게다가 취업만 하면 초봉이 70~100만달러 이상을 보장받을 정도다. 그는 한국 싱글 남녀 700만명 중에 결혼 후보 톱 10위에 충분히 들 수 있고, 세계 신랑감 후보로도 손색없을 만한 남성이었다.
“우리 큰아들도 의대 수석 졸업했는데, 둘째 때문에 빛이 안 나요. 미국 와서 자유분방한 거 많이 보고 자랐는데도 부모 말 거역 안 하고 착하게 자란 게 고맙죠.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좋은 짝 찾아주는 거 아니겠어요?”
“아드님이 워낙 출중해서 주변에서 인기도 많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본인 스타일도 있을 거고..”
“공부하느라 지금까지는 그런 거 생각할 시간이 없었죠. 그리고 걔는 엄마, 아버지 말이라면 잘 들어요. 결혼하라고 운을 떼놨으니 본인도 이제는 생각을 좀 하겠죠.”
내가 특히나 그에게 점수를 준 부분은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는 착한 품성, 원만한 성격에다 가정환경이었다. 아버지는 충청도 명문가 자손으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분이고, 어머니는 교사 출신의 밝고 활달하고 서글서글한 분이다. 부모님 모두 한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했고, 아버지가 미국 주재원으로 가면서 아예 그곳에 정착한 집안이었다.
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 정서를 갖고 있고, 그래서 부모님 뜻에 따라 한국계 여성과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한국에 연고가 있어 자주 오고 가면서 아들의 혼처를 많이 알아보다가 나한테 연락해 온 것이다. 1년에 한 번씩 2년 동안 두 번 소개했다. 처음에는 아직 학업 중이라 결혼할 마음이 적었음에도 부모님이 나를 믿고 아들을 설득해서 바쁜 중에 한국에 와서 만났다. 상대 여성은 이름이 알려진 집안의 딸이었다.
첫 만남에서 여성은 그에게 매료되었고, 여성 집안에서는 평생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면서 결혼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여성만큼 호감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여성 입장에서는 그것을 거절로 받아들여서 마무리되었다. 1년이 지났고, 부모님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아들이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좋은 집안에서 성장한 참한 여성을 소개했는데, 부모님 마음에는 들었지만, 아들이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우리 마음엔 쏙 드는데, 우리 애는 큰 매력을 못 느꼈나 봅니다. 이 대표님 말대로 본인 스타일이란 게 있는데, 우리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것 같네요.”
남성이 워낙 바쁘고, 멀리 있는데다가 부모님과 주로 통화하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본인의 의사를 소홀히 한 결과였다. 1주일 남짓 짧은 휴가를 받아 온 것이라 1번의 만남을 끝으로 그는 다음을 기약하고 미국으로 갔다.
사실 그렇게 출중한 남성이 한국에 있었다면 벌써 결혼을 했거나 결혼하겠다는 여성들이 줄을 섰을 것이다. 미국에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계 여성과 결혼을 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의 부모가 한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 애가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우리야 한국 여자랑 결혼하라고 하지만, 본인이 여기 사람이 다 되었는데, 부모 말이 얼마나 먹힐지…. 주변엔 죄다 미국 사람들인데, 굳이 한국 여자 만나겠다고 할지, 걔 마음에 달렸죠.”
그래서 난 그 부모에게 미안하고, 그 남성이 내년에 한국에 온다면 열일 제쳐놓고 나서서 꼭 결혼을 시키고 싶다. 한국은 역동적인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가치관이 많이 변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미국의 교포사회는 상대적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가 많이 유지되고 있는 편이다. 특히 부모 세대는 혈통과 언어를 공유하는 결혼의 동질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인은 타민족에 비해 그런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 자녀는 미국적 정서에 점점 동화되고 있다. 그나마 부모들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경우가 많아서 그 영향으로 자녀도 한국계를 만나려고 하지만, 자녀가 부모가 되는 미래에는 아마 결혼의 동질성은 많이 희석될 것이다.
나는 결혼에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 남성이 혹시 외국 사람과 결혼하면 어쩌나 애가 타고, 전 세계에 진출해있는 한국의 똑똑하고 잘난 젊은이들이 이왕이면 같은 한국계와 결혼하는 게 더 좋다. 봄이 되면서 여름방학과 휴가철에 한국에 와서 맞선을 보겠다고 의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늘도 미주지역에 거주하는 79세 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위해 나를 만나러 온다. 그분의 딸은 그 지역 최고의 명문학부를 나와서 일류 기업에 다닌다고 한다. 아버지가 보내온 딸의 사진을 보니 연예인 뺨칠 정도의 미모이다. 이 정도의 재원이 30대 중반이 다 되도록 혼자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한국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얘기를 했어요. 하지만 교포 사회라고 해봐야 빤한데, 거기서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찾는 게 쉽겠어요?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내심 누구가 되었건 지가 좋아하면 결혼을 시켜야지, 하고 있는데, 들은 게 있으니까 선뜻 그럴 생각이 안드나 봐요. 괜히 부모 욕심이 멀쩡한 애를 노처녀로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장거리 비행하시는 게 힘드실텐데 직접 오셨어요?”
“짝을 찾을 수 있다면야 어디든 못가겠어요….이번이 안되면 다음, 그 다음에도 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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