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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 재 뿌리는 부모의 자식사랑
sunwoo | 조회 1,197 | 03.20.2024

한 자녀, 혹은 두 자녀 가정이 늘면서 자녀를 하늘 같이 떠받드는 부모들이 많다. 내 자식이 제일 잘나 보이는 게 부모 마음인데, 그런 심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때가 바로 자녀의 배우자를 찾을 때다. 자녀 결혼을 당사자에게만 맡기기 염려스러울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하려고 부모가 발벗고 나서기도 한다.

부모가 자녀 대신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하는 경우도 많고, 만남 주선시 부모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도 또한 많다.

어떤 경우는 자녀보다 부모가 나서서 추천 상대를 평가하기도 한다.

30대 후반의 직장여성 A씨는 돌싱이다. 그녀는 외모, 학력, 직업 등이 평범하고, 이혼경력도 있어서 사실 그리 좋은 조건은 못된다.

하지만 그녀 부모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의 아버지는 탄탄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상당한 재산가이다. 어머니는 명문대학의 교수이다.

이런 배경을 내세워서 그녀의 부모는 딸의 재혼을 추진했다.

하지만 만남 결과는 매번 좋지 않았다. 부모의 조건을 보고 그녀를 만났다가 정작 당사자가 너무 평범해서 실망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아버님. 말씀하신대로 전문직 남성으로 소개해 드렸는데, 마음에 안드셨어요?” “남자가 말이 너무 많고 가벼워 보여서요. 그런 사람은 바람기가 많은데..”

“아버님 걱정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제대로 만나보시지도 않고 판단을 하시면 따님 재혼은커녕 교제도 힘들어집니다.”

당사자인 딸과는 얘기도 못해보고 부모가 나서서 딸의 의견을 전달했는데, 추측하기로는 부모의 의견인 것 같았다. 한 가지 부분을 충족시켜주면 다른 불평을 하고, 그 부분을 맞춰주면 또 다른 이유를 내어 거절하는 식이었다. 나중에는 이 부모가 과연 딸을 재혼시킬 마음이 있는지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부모님이 너무 개입을 하시면 따님한테 걸림돌이 됩니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한번 실패했는데, 또 실패하면 딸아이가 어떻게 살겠어요?”

“그래도 따님이 재혼을 하는 건데, 본인 의사가 제일 중요하죠. 부모가 대신 살아주실 것도 아닌데요.”

그녀의 부모는 딸이 또 실패할까봐 걱정만 하다가 결국 제대로 소개 한번 못받고, 탈퇴하고 말았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의사 B씨 역시 만남 과정에서 어머니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 아들에 대한 프라이드가 지나치게 강했던 어머니는 15명의 여성을 추천했다가 14명은 거절하고, 1명과 전화번호 교환단계까지 갔다가 그마저도 결국 취소했다.

“우리 아들은 어디다 내놔도 꿀릴 게 없는 아인데..”

“이 정도 아가씨랑 결혼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닌데..”

“조금만 더 찾아봐주시면 안될까요?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요.”

15번의 추천을 매번 이런 식으로 거절했다.

그 아들은 아직도 결혼상대를 찾고 있는데, 어머니가 이런 식으로 개입하면 100명을 소개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부모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식을 관상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끼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자식이 너무 잘났다는 생각에 누구 주기가 아까워서, 혹은 혹시라도 사람을 잘못 만나서 실패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이기에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자식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자식 인생 망쳤다는 원망을 듣게 된다.

부모의 관상용 목록에서 자식을 빼는 일, 그것이 자식의 결혼에 임하는 부모의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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