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커플매니저 A씨가 한 여성회원과 이면계약을 한 것이 알려져서 시말서를 쓴 일이 있었다. 원칙적으로 매니저들은 회원의 결혼성사에 대해 사례비를 못 받게 되어 있는데, 한 여성회원에게 사례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 여성이 투서를 해서 그 사실이 알려진 것인데, 매니저들은 억울하고, 그 여성이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
1년여 전에 가입한 그녀는 나도 만난 적이 있는데, 전문대를 졸업한 인상과 스타일이 좋은 30대 초반으로 상상이 안될 정도로 매니저들에게 잘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름 서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을 때쯤 여성은 매니저에게 결혼을 잘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매니저들은 여성이 평소에 워낙 잘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좋은 남성들을 우선적으로 소개했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해외에서 사업에 성공한 교포 2세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매니저들은 약속대로 사례비를 요구했지만, 여성은 모른 척했다. 남성쪽은 부모님이 문의를 해온 케이스라서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보니 매니저들은 어머니에게 여성의 안 좋은 점을 귀띔했고, 어머니로서도 그냥 넘길 부분은 아닌 것 같아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알아보라고 했다. 결국 그런 얘기가 여성 귀에까지 들어가다 보니 여성은 홧김에 모든 사실을 밝힌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그녀는 많은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그녀를 만난 남성들은 한결같이 다시 만나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대개 만남이 잘 안 풀리면 안 좋은 소리가 나오는데, 그녀는 싫어도 항의 한번 안하고, 매번 최선을 다해 만나고 기분 안 상하게 거절을 했다.
게다가 매니저들에게 감사인사까지 했다고 하니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고, 인내하며, 기다린 것이니 굉장한 내공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남성들을 만나면서 테크닉적인 면도 갈고 닦았을 테니 그녀로서는 허송세월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조건만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이성상을 만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외모가 좋은 것 외에는 대부분의 조건이 열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것이 있다. 그녀의 적극성과 치밀함이다. 1년여 시간 동안 차곡차곡 신뢰를 쌓았고, 그것을 십분 활용해서 본인이 원하는 남성을 만난 것이다.
매니저들은 학벌과 집안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해외 쪽에서 결혼상대를 찾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부각시킨 결과 큰 사업체를 하는 교포 남성을 소개한 것이다. 매니저에게서 그녀 얘기를 들은 어머니의 반대가 있었지만, 이미 남성은 그녀의 미인계와 노련함에 마음을 빼앗긴 후였다.
문득 여성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집안이 어려워서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고, 그래서 성적이 좋았는데도 전문대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원하는 직장을 갈 수 있는 선택권도 없었어요. 나보다 성적이 안 좋은 친구들은 부모 잘 만나서 대학가고, 좋은 직장을 가는데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다, 결혼까지 내 인생이 그렇게 풀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결혼에 올인하기로 마음 먹었죠.”
그녀가 인생 역전을 꿈꾸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결혼이라는 최고의 고지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피부, 몸매, 건강관리는 기본, 스피치와 표정 연습도 했다. 각종 연애서를 섭렵하며, 필요한 지식도 익혔다.
또한 그녀는 심리전의 대가였다. 매니저들의 호감을 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그녀가 경험과 지식, 센스를 총동원해서 남자 마음을 움직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녀는 소위 말하는 악녀라고 할 수도 있다. 남자 잘 만나겠다고 신뢰를 저버리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신데델라의 꿈을 이뤘다. 그녀로서는 결혼을 인생 최대의 목표로 할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녀를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결혼을 계산과 선택으로 결정하는 요즘 세태에서 결혼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 자꾸 마음이 쓰여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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