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님. 이제는 자제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요.”
끝까지 회원 의사를 존중하고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여성의 항변이 이어졌다.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싶은 거고, 또 더 좋은 사람 만나려고 여기 가입한 건데, 잘해보겠다는 데 뭐가 잘못인가요?”
“그렇게 고르다가는 결국 좋은 사람 다 놓칩니다. 그분들이 눈치를 챌 수도 있고, 무엇보다 OO님이 만족을 못합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성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외모의 소유자이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기회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연이 있었다.
여성이 가만있어도 남성들이 가만 두지 않았고, 물론 여성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남성A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외모를 많이 보는 편이어서 그녀를 소개했다. 2~3개월 사귀는 동안 여성에게 열심히 선물공세를 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작은 선물이었는데, 그녀가 별 반응이 없자 점점 레벨이 올라갔고, 급기야 수백만원짜리 L가방을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빤한 직장인 월급에 몫돈을 주고 사기는 부담이 컸고, 장기 할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백을 받고 얼마 안되서 이별을 선언했다.
문제는 아직 한참 남은 카드 할부금이었다.
A는 매니저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없으면 선물도 안받아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분이 아직 갚을 돈이 수백만원이라는데, 백을 가졌으니 남은 할부금이라도 대신 내시면 안될까요?”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카드는 왜 긁었대요? 내가 억지로 끌고 가서 사달라고 했나요? 자기가 한 일이니 책임도 져야지요.”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남녀 관계에서는 선물이 오고가는 게 다반사다. 잘되면 아무 문제 없지만, 헤어질 때는 본전 생각이 난다. 재미있는 건 젊으면 객기도 있고, 사랑의 가치를 선물로 따지지 않는다면서 쿨하게 정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회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작은 성의표시이면 몰라도 남녀 사이에 값비싼 선물이 오고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가끔 유별나게 선물을 받으려고 하는 여성들이 있기는 하다. 남성으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일으킨다거나 선물을 받으면 정도 이상으로 좋아해서 자꾸 선물을 주게 길을 들인다거나 우연을 가장해서 명품 매장에 들러 갖고 싶은 물건을 착용해본다거나 등으로 남성들에게 암시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남성 10명 중 7~8명은 여성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안다고 해도 비용 부담 때문에 선뜻 ‘내지르지’ 못한다. 그 중 극소수가 지갑을 열 뿐이다. 그렇게 보면 남성이 수백만원짜리 명품을 갖다 바치게 만든 그녀는 특출나기는 한 것 같다.
그녀의 다음 만남 상대는 중견 기업 오너의 아들 B였다.
외모가 출중한 여성들은 특히나 남성의 경제력을 따지고, 이 남성 역시 재력이 있다 보니 예쁜 여성을 원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조합이 이뤄진 것이다.
그녀는 B를 소개받은 지 얼마 안돼 C를 만났다.
C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스타일이 좋은 남성이다. 대개 이런 경우, 몇 번 만남 후 마음의 결정을 하게 되는데, 두 남성이 서로 다른 장점이 있다 보니 그녀로서는 결정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솔직히는 남성적인 매력이 많은 C에게 더 끌리는데, B의 경제력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C에게 마음이 기울면 공교롭게도 B가 고가의 선물을 하고, 그래서 B에게 마음이 기울었다가 다시 C에게 끌리고,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되었다.
그러다가 B가 카운트 펀치를 날렸다. 목걸이를 선물한 것이다.
그녀는 다음 날 바로 보석 감정을 했는데, 1200만원짜리였다고 한다. 물론 그녀는 감동을 받았고, B와의 관계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C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한동안 그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 되었다.
그녀가 남성들의 명품 선물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지 화려함을 쫓는 취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보기에 20년 사이에 여성들이 남성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예전에야 전문직으로 대변되는 ‘사’자 직업이면 ‘게임 오버’였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의 능력에서 특히 경제력이 우선시되고, 만나는 남성의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물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그녀는 그 정도가 심했다. 결국 우리 쪽에서 그녀의 양다리에 제동을 걸었다.
“계속 이러시면 두 분에게 다 못할 일입니다. 상황을 빨리 정리해서 한분만 만나세요.”
“나도 이러고 싶어 이러는 거 아니거든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2~3주 안에 정리하겠다는 그녀는 나중에는 아예 우리 전화를 안받고 피하면서까지 관계를 이어가려고 했다.
“더 시간이 지체되면 모두 난처한 상황이 됩니다.”
할 수 없었는지 그녀는 B 한사람만 만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런데 이즈음 새로운 남성 D가 나타난 것이다.
친구 소개로 만났다는 D는 상당히 잘생겼고, 여느 남성들과는 달리 자신을 꾸미는 데 많은 투자를 하는 멋쟁이였다. 수백만원짜리 명품 수트를 입고 온 그가 명품 선물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녀는 D와 데이트를 시작했고, 겨우 C를 정리했더니 다시 양다리를 걸친 셈이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졌다. 그녀의 비밀을 B가 알아챈 것이다. 몇 달간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그녀에게 공을 들인 B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
그래서 나는 최후통첩으로 그녀에게 앞의 경고를 한 것이다.
“나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선물이요? 그 사람들이 좋아서 해준 거지, 내가 요구한 적 없어요. 주는 데 싫다고 안받아요? 그게 내 책임이에요?”
그녀가 왜 명품에 목숨을 걸다시피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남자들의 애정을 선물의 가격대로 판단하는 것 같았다. 결국 그녀에게 가장 열정적이었던 B도 떠났다. 그녀가 마음을 줄듯 줄듯 하면서 시간을 끌자 지친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는 D만 남았다. 이제 D가 고가의 선물만 준다면 그녀는 종전처럼 마음을 정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암시를 줘도 D는 데이트만 즐겼다. 그러다가 D도 그녀를 떠났다.
“다 정리했어요. 다른 사람 더 만나볼래요.”
“이런 식으로 사람 만나면 소개시켜주기 곤란합니다. 그분들 다 우리를 믿고 맡긴 건데, 신뢰를 깨는 행동을 하면 안되죠. 보세요. 결국 아무도 안 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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