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여전하시네요.”
승용차 한대가 내 앞에 멈추더니 낯이 익은 사람이 내리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열심히 사시네요. 힘내세요.”
그는 악수를 청한 후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내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뒤를 돌아보니 말로만 듣던 최고급 수입차다. 그동안 연락도 없더니만, 차 자랑하려고 아는 척 한 건가.
좀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그가 툭 뱉은 “힘내세요”는 내가 그에게 자주 하던 말인데, 내가 듣게 되다니. 이거야말로 인생 역전이라고 해야 하나.
수년전 친한 지인에게서 그를 소개받았다. 명문대 출신인 것을 빼면 직장도 그렇고, 가정환경이나 외모 등이 평범했다. 게다가 살이 찐 체형이라 그다지 호감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잘 사는 집 사위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만그만한 조건으로 보면 넘치는 상대를 원하고 있었다.
“00님은 내세울 거라곤 학벌 하나뿐인 게 현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경쟁력이 너무 없다고 봐야죠. ”
“그래도 학벌 찾는 사람도 있을 거 아녜요.”
“물론 있겠죠. 하지만 부잣집 딸을 원하는데, 그런 여성이 과연 학벌만 볼까 하는 게 문제죠. 학벌은 웬만해선 우선 순위가 아니거든요.”
나의 돌직구에 그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럼, 안된다는 말씀인가요?”
“요즘엔 자녀를 1~2명 밖에 낳지 않기 때문에 건강과 자리 관리가 우선입니다. 그게 안되어 있으면 다른 조건이 아주 특출나지 않으면 결혼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춘 뒤 얘기합시다”
“방법이 없을까요?”
“하루에 1시간씩 1년 정도 하면서 몸을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쉽지 않고, 시간도 걸리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니 해볼만 하지 않나요?”
이쯤에서 짐작했겠지만 근래 들어서 결혼에 관한 종전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흔히 결혼문화는 20년 단위로 바뀌고 있다. 1950년대, 1970년대, 1990년대, 그리고 지금이다.
결혼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과 관련이 있다. 그런 까닭에 많은 부분을 반영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결혼에서 건강이 배우자 선택시 중요조건으로 대두했다. 그는 바로 운동을 시작했고, 나는 종종 전화하면서 진행상황을 체크했다. 두어달 지나면서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그는 자신감이 좀 붙었는지 소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00님은 물론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아직은 내세울만한 단계는 아니다.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그렇게 다시 두어달이 흘렀다. 살이 빠지면서 많이 날렵해졌고, 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소개에 들어갔다.
상대는 강남권에 빌딩을 몇채 소유한 집안의 딸 둘 중 큰 딸이었다. 여성은 지방 소재 대학을 나왔고, 외모도 평범했다. 그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에 호감을 보였다. 만남이 이뤄졌고, 서로 원하는 부분을 갖춰서인지 무난하게 교제에 들어갔다.
“운동 게을리하지 마세요. 몇 번 만났다고 방심하면 안됩니다. 6개월 정도 만나면서 00님이 더 멋진 남자가 되는 걸 보여주세요.”
그는 멋진 남자가 되어갔다. 적어도 처음에 내가 계획했던 외모적인 부분은 충족이 되었다. 굳히기 작전에 들어갔다.
“그분과 만날 때 2~3번 중 1번은 성공한 친구들을 소개하세요.”
그러자 그는 도리어 걱정을 했다.
“나는 직장도 그렇고 가진 게 없는데 잘난 친구들과 비교되면 안좋은 거 아닌가요?”
“아주 부자거나 사회적으로 아주 성공했거나 어떤 면에서건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보통 사람과는 안목이 다릅니다. 사람을 볼 때 그가 어떤 친구들을 만나는지도 평가 기준이 되더라고요. 내가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경우 성공한 친구들이 많은 것도 자신을 잘 포장하는 방법이 됩니다.”
6개월 교제 끝에 그는 바라던 대로 부잣집 사위가 되었다. 결혼 결정 이후 그에게서는 연락이 끊어졌다. 아마 과거를 들추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를 나에게 소개했던 지인으로부터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도 그는 체력 단련을 계속 했다고 한다. 아내는 그에게 매료되었지만, 처부모는 사위라고 해서 단박에 곳간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첫 아이가 태어나자 그제야 그에게 집안의 자산관리를 맡겼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확실하게 그 집안 사람이 되었다. 그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하면서 아들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날 그를 만났을 때 어깨에 유난히 힘이 들어간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물론 그런 태도에 마음이 불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결혼을 하고 또 노력해서 처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알기에 그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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