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솔직한 게 최선일까요?
그녀는 요 며칠 계속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 기다리는 전화가 있어서다.
하지만 그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들었다.
그 날 일을 벌써 수십번도 더 생각해봤다.
그녀는 소개를 받고 알게 된 남자에게서 호감을 느끼던 차였다,
서너번의 만남이 다 기분 좋았다. 그 무렵 몇 개월 전 헤어진 썸남이 갑자기 계속 연락을 해왔다.
다시 얽히기 싫어서 전화를 받지 않으니 회사로 찾아오겠다,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 고 하면서
연락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해대는 통에 그녀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예 전화를 꺼놓았다.
그러다 보니 그 남자와도 연락을 끊었다.
과거 남자와의 트러블이 있다는 걸 알면 좋아할 남자가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남과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나니 그 남자가 생각났지만,
먼저 잠수를 타놓고 이제와 연락을 한다는 게 염치없는 것 같아 거의 포기를 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그동안 안부가 궁금했다고 했고, 그녀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달 여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남자는 “왜 그동안 연락이 안되었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 순간, 다른 핑계를 댈까, 사실대로 말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과거 썸남이 스토커같이 달라붙어서 경황이 없었고,
그 상황을 정리하느라 연락을 안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얘기를 듣는 남자는 놀란 표정이었다.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랑은 완전 딴판이네요.
내가 담배를 피워서 싫었나, 서로 썸을 타 는데, 내가 적극적이지 않아서 포기했나, 싶었거든요.”
“오빠한테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미안해요.”
“그쪽 비난하려고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니고, 사과받자고 한 것도 아니예요.
나 같아도 다 른 사람한테 스토킹 당하면 정신없었을 거예요.”
그는 말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가끔 침묵한다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보니 그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그 날의 만남은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다른 이유를 댈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카톡을 보냈다.
“말은 그래도 오빠 기분 안좋았을 거예요. 너무 좋은 사람인데,
내 사정으로 상황이 꼬여 서 정말 미안해요.”
“정말 괜찮다니까요. 미안하다는 말 그만해요.”
“오빠가 어떤 결론 내릴지 모르지만,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추운데 조심해서 잘 들어가요.”
그리고 그는 연락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과연 솔직한 게 최선일까, 몰라도 되는 상황이라면 모르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묻고 싶다.
물론 떳떳하니까 숨길 게 없다는 그녀 마음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그녀는 한번쯤은 그 남자 입장을 생각했어야 했다.
내가 그 남자라면 2가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깔끔하게 남자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여자라는 것,
그리고 저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정도로 나를 만만하게 봤나, 라는 것이다.
세상 어떤 남자도 ‘이 여자는 참 솔직하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실수 또 한가지. 과거 썸남과의 상황에 너무 죄책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사실 그녀 잘못은 없다. 과거 잠깐 만난 남자가 감정 정리를 못하고 혼자 달려든 것까지
그녀가 책임져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너무 미안해하고, 상황의 주도권을 그 남자에게 주었다.
그것은 그 남자로 하여금 그녀가 큰 잘못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도 있다.
남녀 관계는 참 미묘하다.
인간 관계의 정석이 때로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솔직한 게 미덕이라고 배웠지만,
이성을 만나다 보면 꼭 그게 정답이 아닐 때가 있다.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하되, 모르는 게 좋을 때는 굳이 얘기하지 않는 게 좋다. 그건 속이는 것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