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만날 때는 비평가가 아니라 감상자가 되라.
결혼 생각을 하고 서너명의 여성과 만났던 30대 초반의 K씨.
“이성에 대한 부정적인 마인드랄까, 피해의식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마치 전투를
치르듯이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요. 지면 안된다는..”
그는 얼마 전 만난 여성에 대해 얘기했다. 여성이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계산서를 보니 10여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에게 제안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나눠서 내면 어떨까요?”
조금 전까지 우아한 미소를 짓던 여성의 표정이 단번에 바뀌더란다.
K씨는 그녀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 비용적인 부담이 생기면 편안하게 만나는 것이 힘들 것 같아 그런 제안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같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들으니 “나한테 쓰는 돈이 그렇게 아깝냐?”고 기분나빠 했다고 한다.
“나눠서 내자고 하면 대부분은 남자한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남자 가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의 마인드가 싫더라고요.”
K씨의 사례는 단순히 데이트비용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생각은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친구와 만날 때는 비용을 나눠서 내기도 하고, 돌아가면서 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그런데 이성관계에서는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하고, 이렇게 선을 긋고 상대를 대한다.
왜 남자들은 자신이 데이트비용을 내는 경우 ‘호구’취급을 받는다고 할까.
왜 여자들은 남자가 데이트비용을 나눠서 내자고 하면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할까.
난 이런 생각이 팽팽한 마음의 긴장에서 빚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고, 자신의 허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극대화되면 반대급부적으로
상대의 허점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근육이 긴장해서 목이 뻣뻣해지면 고개를 돌리는 범위가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긴장할수록 인식의 폭이 좁아져서 상대를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조금은 풀어진 마음이 필요하다.
잘 안되려고 이성을 만나는 사람은 없다. 좋은 관계가 되려고 기대하고 만나는 것이다. 그
렇다면 잘 된다는 긍정 마인드를 가지면 만남이 잘 풀린다.
H씨가 그런 경우다.
두 살 아래 남동생이 연애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녀가 보기에 남동생은 허점 투성이다. 성질 급하고, 조울증에 가까운 기분파,
게다가 인물도 잘나지 않았다. 그런데 동생의 애인은 정말 능력있고, 성격좋고, 예쁘기까지 하다.
그래서 하루는 그녀에게 동생의 어떤 점이 좋은지 물어봤다고 한다.
“기분이 좋다, 나쁘다가 분명해서 솔직하니까 저도 대하기가 편하고, 말과 행동이 빠른 게 시원시원해서 좋아요.
그리고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대요.”
이 말을 듣고 그녀는 자신에게는 단점으로 보였던 부분이 그녀에게는 장점으로 보였다는 것에 놀랐다.
“동생이 연애하는 걸 보면서 짚신도 짝이 있구나, 했는데, 좋게 보려고 하면 좋은 사람 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녀도 이제 남자를 만날 때 태도를 바꿔보기로 했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기분파 동생을 감정에 솔직해서 좋다고 생각한 동생 애인처럼 말이다.
나쁜 점을 굳이 이해하려고 할 필요도 없지만, 지나치게 상대를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파악할 필요도 없다.
이성을 만날 때는 비평가가 아니라 감상자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