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며느리 원한 부모님 위해 쌓은 6개월 공든 탑이 우르르..
불과 며칠 전이다.
“대표님. 우리 아들 이제 소개 그만받겠습니다.”
“어머님, 지금 강남 여의사분이랑 한창 얘기가 되고 있는데요.”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제가 공들이고 있는 여성인데..”
내 설명에도 아랑곳없이 그 어머니는 탈퇴하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하필 등산 중에 낙상사고를 당해서 팔 수술을 한 직후라 그분을 만나 설득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매니저와 탈퇴절차를 진행하라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매니저에게 업무 지시를 한 직후 이번에는 그분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인과 같은 말을 반복한 후 이렇게 못을 박았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애가 1명 소개받은 거니까 결재한 회비 중 나머지를 계산해서 돌려주세요.”
참 간단한 계산법이다. 그동안 쏟아부은 나의 노력과 고생은 고려되지 않은.
6개월 전.
광화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그 어머니를 처음 만났다.
내가 쓴 칼럼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아들 중매를 맡기고 싶다고 했다.
그분이 원한 며느리감의 조건은 2가지였다.
의사일 것, 그리고 나이가 어려야 할 것.
병원 몇 개를 운영하는 집안인데, 대기업 사원인 아들을 대신애서 병원 사업을 며느리가 물려받았으면 해서였다.
일반적으로 전문직 여성은 같은 직업의 남성을 만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는 아들이 의사를 만나기는 어렵지만,
병원 사업이라는 백그라운드가 반영되어서 확률이 높아졌다.
전체 회원들 대상으로 본인이나 지인 추천의 공지를 올렸고,
(30대 초반)의 아들 나이를 감안해서 20대 중후반대의 의사인 여성회원들에게 연락을 했으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에게까지 소개를 부탁했다.
그렇게 몇 달간 수백통의 메일과 전화를 하면서 (40여명의) 여의사를 찾아냈고,
직접 면담을 통해서 10여명의 여성을 남성에게 추천했다.
남성쪽에서 최종적으로 2명을 만나보겠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여성의 외모가 마음에 안든다면서 1명을 거절하는 바람에
겨우 1명만 만나본 상태였다.
경제력이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성공의 자부심이 있는 여성들에게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남성은 여성의 외모까지 보니 소개가 어려운 건 당연했다.
그래서 공개 구혼, 주변의 지인들에게까지 수소문하느라 애를 썼는데,
이분들에게는 1명 소개, 1명 추천의 결과 밖에는 안되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없는 만남을 주선하는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씁쓸했다. 속이 많이 상한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더 이상 소개가 진행되지 않음을 얘기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한편으로는 일말의 아쉬움도 남는다.
중매는 단순히 돈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만남을 주선하는 일이 아니다.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을 그 당사자와 주선자가 함께 고민하면서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소통과 신뢰가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인연을 만난다. 그런데 그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마음이 움직이면 더 많이 고생한다.
그분들의 결정에도 아쉬움이 남고,
내가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반성을 하게 된다.
그렇게 오랜 세월 중매를 했는데도
회원에게 마음을 준만큼 돌아오지 않는다고 상처를 받으니
정신무장을 더 해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