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서 자신의 차종을 묻는 여성 얘기를 하면서 흥분하던 남성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수입차 타는 것보다 소형차 타는 게 경제관념 있고, 바람직한 거 아닌가요?
비싼 차 타는 남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여자들 너무 한심합니다.”
본인이 소형차를 타고 있어서 더 화가 났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이성을 만나는 데 중요한 기
준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한 남성의 자기 소개글에 「차종:벤O E클래스..」라고 적
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벤O 끌 수 있냐. 그럼 만나주겠다.”고 말한 여성도 알고 있
다. 벤O 모는 거 내세우는 남성과 벤O 몰만한 능력인지 물어본 여성이 만난다면 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해 마흔이 된 한 여성은 자신의 미모를 강조하면서 “동갑이나 연하도 만날 수 있다. 나이든
남자들 만나봤는데, 열정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했다. “외모는 잠깐이다. 여자 나이 마흔이
면 아줌마나 마찬가진데, 연하남이 왜 만나주겠나?”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성의 외모
가 먹혔는지 다섯 살 연하남과 만나는 중이다. 그 남자에겐 여성의 나이보다는 외모가 더 중
요했던 모양이다.
남녀관계란 그런 거다. 흔히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을 하는데, ‘끼리끼리’라는 것이 환경이나
조건이 비슷한 남녀가 만난다는 뜻도 있지만, 이렇듯 서로 원하는 바가 맞아 떨어져서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러이러한 여성은 저러저러한 남성과 만난다는 결혼의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은 사람의
조건보다는 그 조건을 가진 사람들 간의 관계맺음이다. 결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혹
은 조건이 있다면 오히려 사람 만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 조건을 가졌는데도 다른 것을
바라는 욕심만 내지 않으면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계약직으로 일하던 한 남성은 기반을 잡지 못해서 고생을 하다가 손재주
가 좋은 장점을 살려서 기술 자격증을 취득한 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도 소개가 잘 안되고 있다.
“블루 칼러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서겠죠. 부모님들도 계약직이라도 사무직 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하시지만, 전 지금 직장이 좋습니다. 결혼을 위해 실속도 없는 회사에
다니는 게 더 어리석은 거 아닌가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여성은 모든 남성의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처럼 고생도 좀 해보고, 그래서 인생의 어려움도 아는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남들
보기에 좋은 조건보다는 실속 있고, 속이 꽉 찬 사람을 만나서 함께 노력하면서 정착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성상이 분명하고 확고하면 그런 여성을 만난다.
꽃을 좋아하는 신이 있었는데, 최고의 꽃을 만들기 위해 온갖 꽃의 장점을 뽑아서 만든 꽃이
국화였다고 한다. 향기도 어중간하고, 모양도 그저 그런, 그래서 딱히 싫지도 좋지도 않은 꽃
이 된 것이다. 남녀관계도 그런 것 같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따지다가는 누구를 만나도 만족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