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내 딸한테 이런 사람을 소개할 수 있는지, 중매사업 25년 했다는 게 맞나요?
입에 올리는 것도 불쾌합니다. 빨리 환불해주세요. 안하면 법적조치 합니다.”
메일을 보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참으로 민감하고 말이 많은 중매사업을 25년이나 했는데도 이런 불만과 비난은 많이 아프다.
온 마음을 다해서 좋은 사람 찾아주는 일은 익숙하면서도 늘 낯설다.
경험이 쌓이면서 안일해질 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까닭이다.
나는 독하게 마음 먹고 답장을 보냈다.
“어머님. 원하시는 대로 더 이상 따님 소개를 하지 않겠습니다.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한 일에 이런 말을 들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따님에게는 소개할 남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했고, 따님은 생각해보겠다고 한 것이 전부입니다.
남성이 마음에 안들면 만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제가 하는 일을 매도하는 것은 따님의 중매를 맡긴 분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가입비 50불을 받고 소개가 이뤄지면 100불을 받는다.
이 정도 받고도 열과 성을 다해서 중매를 한다.
지금 같은 저출산 시대에 열심히 중매하는 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므로 회원 한명 가입시키려고 무리하지 하지 않는다..
일의 발단은 이렇다.
한국에서 굉장히 성공한 부부가 아들의 중매를 의뢰했다.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수백억대 자산과 그에 맞먹는 명예를 의미한다. 거기다가 두분은 인품도 좋은 분들이다.
부부에게는 1남1녀가 있는데, 소개를 받을 장남은 85년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을 가서 명문대를 나오고 거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나이로 하면 이제 33세인데, 사업도 자리를 잡고 30만불이나 저축을 했다고 한다.
얘기를 들으니 미국 사람의 절반 이상은 평생 10만불 이상을 저축하지 못한다고 한다.
능력있고, 야무진 청년이다.
아들은 그 돈으로 결혼해서 살 집을 살 거라고 했다.
부모님은 아들이 기특해서 150만불을 보태주었다고 한다.
공부도 잘했고, 성격은 물론 사교성도 좋은 아들은 버릴 게 없는 알짜배기 신랑감이다.
딱 한가지만 빼고 말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아들은 미국에서 자리잡는 과정에서 시민권자 여성과 서류상의 결혼을 한 것이다.
젊은 의욕과 열정이 불러낸 결과이다. 이런 아픈 과거에 대해 부모님은 아들을 탓하지 않았다.
혼자 그 짐을 짊어지려고 하는 아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표님, 우리 아들 정말 열심히 살아온 아이입니다.
기록상의 결혼일 뿐이고, 단 하루도 결혼생활 하지 않았다는 건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립니다.”
당사자와 부모님의 안타까움은 잘 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결혼기록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100점 만점에 200점, 300점, 그 이상이 되는 남성이 결혼기록으로 인해 평가 절하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남성에게 맞는 여성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85년생 아들의 나이를 고려해서 84-90년 사이 미국 거주 여성들에게 소개문자를 보냈고, 7명의 지원자를 정해서 만남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여성은 어릴 적부터 미국에 살아서 결혼기록 같은 것은 이해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만남 결과 여성은 좋아하는데, 남성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두 번째 여성은 고교 졸업후 미국 유학을 갔고, 연봉 10만불대를 받는 전문직 종사자이다.
바로 어머니가 메일을 보낸 그 여성이다.
여성에게 남성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여성은 일단 남성을 만나보고 판단하겠다고 오케이한 상황인데, 몇시간 후에 어머니가 메일을 보낸 것이다. 전후 맥락을 알아보지도 않고, 딸에게 결혼경력 있는 남성을 소개했다는 사실 하나만 갖고 흥분한 상황이 지금까지의 전말이다.
덧붙이는 말.
최고 킹카라고 자부하는 남성입니다. 기록 하나가 문제인데, 그 부분에 대해 이해하고, 만나보겠다고 하는 여성이 있으면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