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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만남과 결혼] 플레이보이는 요조숙녀하고 못살고 플레이걸 만나야 제대로 살아
sunwoo | 조회 2,849 | 04.27.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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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회원인 여성 A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괜찮으세요? 좋은 분이 계셔서 추천해 드리려고요.”
“어떤 분인데요?”


30대 후반의 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매니저)
“직업은 OO 대학교 교수고요, 명문대에서 박사학위 받았고, 나이는 40대 중반입니다. 2남 1녀 중 차남이고 이혼한지 8년쯤됐고, 성격차이로 이혼했다는데 아이는 없습니다. 본인 소유의 아파트 있고 연봉도 높습니다. 외모는 평범하고 점잖은 스타일입니다. 종교는 없고요. 단점이 있다면 키가 좀 작다는 것. 본인은 170이라고 하는데 168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대 소개를 한참 하는데, 그녀가 중간에서 말을 끊는다.
(여성)“잠깐만요.. 혹시 그분 성씨가 김씨 아닌가요?”
(매니저)“네 맞아요.”


전화기 너머로 가벼운 한숨 소리가 들린다.
아는 사람이거나 예전에 소개받은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이다.
이혼한 여자에게 재혼만 권하니…


(여성)“이름이 김OO 이지요?”
(매니저)“어떻게 아세요? 그분을..”

(여성)“전 남편이에요. 여기 가입했나 보네요. 성격차이로 이혼했다고 그 사람이 그래요? 그래도 부끄러운 건 아나보네요. 사실은 바람 피웠어요. 그것도 두번이나”


점잖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판단해서 소개를 했는데, 그녀 입에서는 정반대의 얘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그녀는 30대 후반으로 착하고 얌전한 외모이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이혼 후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귀엽고 애교스러워서 남성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자녀도 없어서 무난하게 소개가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그녀가 속내를 드러내었다.


전남편은 플레이보이였다고 한다. 그녀는 집안 소개로 남편을 만났는데, 학벌과 직업 집안이 두루 좋은데다가 과묵하고 진중한 언행으로 평소 어른들에게 호감을 얻는 사람이라서 그의 인격을 믿었고, 부모님의 권유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결혼 결정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믿음은 결혼하자마자 깨졌다. 그는 잠자리에서 이상한 체위를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 평범하게 자랐고, 혼전 성경험이 거의 없었던 그녀로서는 남편의 그런 성적 취향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녀에게서 만족하지 못한 남편은 직업여성을 찾기까지 했다.


어디에 드러내놓고 말할 수도 없는 문제라 참고 지내던 그녀는 남편이 대놓고 바람까지 피우자 더 이상 참는 것은 무의미하고, 아이도 없는 상황이라 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결혼 3년 만이었다. 학력과 직업, 그리고 점잖은 분위기와 외모로 A급이라고 판단되던 한 남성이 몹쓸 바람둥이, 플레이보이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명문대 출신 플레이보이, 결혼한 뒤 이상한 체위 요구하고…
결국 바람 피워 이혼


그러고 보면 그를 소개했던 매니저들이 의아해한 부분이 있었다. 이혼자라는 것을 배려해서 더 조심스럽게 여성을 찾아보고, 가정 교육 잘 받고, 좋은 품성을 가진 여성들 위주로 소개를 해왔다. 하지만 매번 만남에서 번번히 거절하는 쪽은 그 남성이었다.


(남성)“말이 좀 많은 편이더라고요.”
(매니저)“oo님이 과묵하신 편이라 활달한 여성분도 좋은데..”

(남성)“서로 통하면 얘기하는 게 뭐 어렵나요?”


그래서 이번에는 말수가 적고, 얌전한 여성을 소개했다.


(남성)“무슨 여자가 나긋나긋한 맛이 없고, 무뚝뚝해가지고..”
(매니저)“말 많은 여성은 싫다고 하셔서..”
(남성)“아무리 그래도..답답해서 원..”


매번 이런 식이었다. 이혼 사유를 듣고 보니 그가 소개받은 여성들을 계속 거절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원한 스타일은 지적이고 참한 여성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녀 관계에서 한쪽 얘기만 들으며 상대는 졸지에 죽일 사람이 되곤 한다. 남녀 문제는 누가 옳고 그른지는 양쪽의 얘기를 다 듣고 판단해야 한다. 내 입장이 있듯이 상대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남녀 만남만큼은 100%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이 있지 않으며, 50대50의 쌍방 책임인 것이다.


B라는 여성이 있었다. 재혼 상담에서 전 남편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몰고 갔다. 하지만 정작 그 남편은 재혼 후 모범적으로 잘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피해자인양 했지만, 재혼 후 다시 이혼했고, 상대방으로부터 가정을 가질 자격 없는 사람을 소개했다는 항의를 받았다. 남녀를 중매하다 보면 이런 일이 많다.


A씨 부부의 경우도 서로 상대를 잘못 만났을 뿐이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전 남편의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가정이 깨졌지만, 그것을 오로지 그 사람 탓으로 몰고가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판단해보면 두 사람은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상황 정리를 하고 나니 답은 오히려 쉽게 나왔다.


A씨에게는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 당한 남성들 중에서 배려심이 많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찾아주기로 했다. 그녀와 성적인 코드가 비슷하면서도 워낙 강요받고 살아온 그녀가 존중받고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크닉은 없어 보이지만, 원만한 결혼생활을 원하는 남성을 소개했고, 두 사람은 재혼했다. 그 후의 소식은 모른다.


문제는 A씨의 전 남편. 그의 사회적 지위에 맞는 품위있는 여성을 소개하려 했던 당초 계획을 대폭 수정해서 여성적인 매력이 많고 색기 있는 스타일, 한마디로 “뭘 좀 아는 것 같은” 여성을 소개한 것이다. 물론 그에게는 전 부인으로부터 이혼 스토리를 들었다는 얘기를 비밀로 했다.


(매니저)“이번에는 좀 어떠셨어요? 여성이 너무 튀지 않나요?”
(남성)“여자가 곰 같은 거 보다는 낫죠. 뭐 괜찮던데요.”


우리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그가 더 이상 다른 여성을 소개해달라는 말이 없는 걸 보면 그 여성과 잘 만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플레이보이는 플레이걸을 만나야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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