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매니저 이성미의 연애의 정석6> 미국 사는 4대 독자 결혼스토리
다 좋은데, 딱 하나 숫기 없는 남성
최근 미국 한 주에 거주하는 교포 남성이 특이한 과정을 통해 결혼을 해서 그 사연을 소개할까 한다.
70대 부모님은 70년대에 이민을 가서 작은 사업으로 자수성가했고,
현재는 은퇴 후 100평대 2층짜리 주택에서 살고 있으며, 재정적인 여유는 있는 편이다.
단 한가지 걱정은 4대 독자 아들의 결혼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30대 중반 아들은 명문대를 나와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는 ‘독자’라는 개념이 없지만, 한국적인 정서로는 매우 귀한 자식이다.
4대째 독자이다 보니 일가 친척도 거의 없고,
또한 미국에서 살고 있어서 외로운 부모님은 아들이 하루 빨리 결혼해서 손자 손녀 낳고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아들이 취직해서 경제적인 독립을 한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맞선을 보게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결혼은커녕 결혼얘기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젠틀하고 능력있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남자답게 생겼고,
난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 같은데, 남들 눈에는 안 그런가 봐요.”
어머니의 하소연은 계속되었다.
“세상에 넘치는 게 여자고, 남자인데, 남들은 몇 번이나 하는 결혼을 왜 우리 애는 한번도 못할까요?
혹시 엄마 아빠한테 말못할 고민이 있는 건 아니겠죠?”
늘 성실하고 모범적인 아들은 지금까지 부모 속 한번 썪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들 다 하는 결혼을 못하고 있으니 부모로서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면담을 해보니 아들은 낯을 가리는 편이었다.
특히 여성과의 첫 만남은 말이 거의 없어서 상대가 당황하거나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여성과 3회 이상은 만남이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 만나다 보면 친절하고 부드러운 성격이 드러나고, 호감을 주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아들에 대한 주변의 평판은 좋은 편이었다.
유독 여자 문제만은 자신이 없는 이유는?
일단 미국에서 몇 번 소개를 진행했다.
첫 번째 만남은 거리가 멀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는 3살 연하의 여성이었다.
활달한 성격이라서 남성의 내성적인 부분을 잘 커버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만나보니 남성이 너무 소극적이라고 거절했다.
지역 범위를 좀 넓혀서 3명 정도 더 소개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여성들은 대부분 만남 초기에는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리드해주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성은 특별관리팀이 맡게 되었다.
특별관리팀은 만남이 잘 안되는 회원의 프로필, 상대 평가 등을 분석해서 만남이 안되는 요인을 파악하고, 데이트코칭을 해준다.
아들을 몇차례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대학 다닐 때 좋아했던 여성이 있었는데, 가슴 아프게 실연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로 인해 성격 좋고, 운동 좋아하는 건강한 남성이 유독 여자 문제에서만큼은 자신감을 잃었던 것이다.
“제가 나약한 거겠죠. 여자 동료들하고는 얘기를 잘하는데, 데이트 나가면 말이 잘 안나와요.
잘 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자꾸 실수하게 되고요.”
하지만 그 외 인간관계가 좋기 때문에 우리는 이성관계 역시도 처음의 낯가림과 어색한 단계만 잘 넘기면 잘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남성의 이런 부분을 이해해줄 수 있는 여성을 만나게 해주는 게 관건이었다.
맞선 여행으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져서 결혼 골인
미국과 한국에서 연락처가 있는 여성 1만2천여명에게
“능력있고, 호감가는 남성인데, 소극적인 성격이라 처음 3-4번만 이해하고 만나면 괜찮다.”는 식으로 남성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7-80명 정도 문의가 있었고,
연령대와 환경, 그리고 미국 거주 가능성 등을 종합해서 한국에서 7명, 그리고 미국 거주여성 6명으로 만남 리스트를 확정했다.
물론 매니저들이 한국에서는 만남 희망자들을 다 만나보고 판단한 결과이다.
그 중 유독 눈길이 가는 여성이 있었는데, 얘기를 나눠보니 상담사라는 직업답게 얘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심이 깊은 성향이 남성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본인은 공부를 더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계획 중이라서 결혼 후 미국 거주가 가능한 상황이라 확률상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여성은 남성을 만나보겠다는 했고, 남성에게 의사 타진을 하니 마음에 들어했다.
당장에 만날 상황이 아니어서 두 사람은 전화,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서로 꾸준히 연락을 해서 많이 친숙해졌다.
“빨리 만나보고 싶은데, 제가 시간이 너무 없어서요. 그렇다고 00씨한테 미국 오라고 할 수도 없고요,”
"그럼 여성분에게 비행기 티켓을 보내서 미국으로 초대를 하면 어떨까요? 집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면 좋을 것 같은데..”
“00씨만 허락을 한다면야,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남성이 딱딱하고 의례적인 맞선의 방식보다는 가볍고 자연스럽게 여성을 만나면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과 미국이 마음 먹는다고 쉽게 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어서 남성보다 시간 내기가 수월한 여성에게 미국에 갈 것을 제안했다.
한국적 정서로는 남성이 먼저 와서 만나는 게 익숙하지만,
그러자면 휴가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서로 호감이 있을 때 만나보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여성은 의외로 쉽게 마음을 열었다.
사실 이런 방식의 맞선은 거의 없었고, 여성이나 남성 입장에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1주일의 휴가를 얻어 미국에 간 여성은 남성이 가이드해서 여행도 하고, 남성 집에서 머물면서 남성은 물론 부모님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잘 지냈다.
두 사람 사이는 불이 붙었고, 이미 남성 부모님의 허락은 받은 셈이어서 얼마 후 남성이 한국에 와서 여성 부모님께 인사를 했고, 두 사람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한국 속담처럼 짝을 찾기 참 힘들었던 남성이 특이한 방식의 만남을 통해 결혼을 하게 된 사연은 그동안 수많은 결혼을 지켜본 우리로서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