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1984>를 보면 모든 사람들이 텔레스크린을 통해 감시당하는 미래 사회가 묘사된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사생활을 보호받기 어려운 고도의 정보통신사회를 살고 있다.
구O에 검색을 하면 별의별 것을 다 알 수 있다.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누군가가 나의 정보를 알고 있는 그런 세상이다.
남녀 만남을 주선하다 보면 그런 것을 실감하게 된다.
얼마 전의 일이다.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저한테 소개한 그 남자 분 머리카락 이식 수술 했다면서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다.
“그 남자 대머리인 거 왜 말씀 안하셨어요?”
왜 자신에게 머리카락을 심은 남자를 소개했느냐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모르는 게 당연했다. 고객에게서 받는 신상정보에 수술 내역까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얘기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설명을 하면서 나는 그 남성의 무성한 모발이 실상은 이식수술의 결과물이라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여성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가 더 신기했다.
몇 번 만나면서 서로 친숙해지면 그런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 남성을 딱 한번 만났을 뿐이다.
“구O에 검색하면 다 나와요.”
만남 약속을 잡고 여성은 남성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본 모양이다.
그래서 모발관련 사이트에서 남성이 다른 회원들과 주고 받은 글을 봤고, 수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긴가민가 하면서 남성을 만났는데, 확인해보니 진짜였던 것이다.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외에는 모르는 사실인데, 맞선 상대가 그 얘기를 하니까 처음에는 황당하더라고요.
수술을 할지 망설이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얘기를 한 건데,
그게 어떻게 그분에게까지 알려졌는지.. 무서운 세상이네요.
일단 인터넷에 뭔가 올리면 족쇄처럼 따라다니나 봐요.”
그 남성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을 주선한 우리에게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머리 수술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는 두 사람이 친밀한 상황에서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지만,
여성이 그 사실을 알고 남성을 만났다는 게 문제였다.
과거의 맞선은 주선자를 통해 간단한 신상명세 정도만 알고 서로 만났다.
그에 비해 결혼정보회사의 만남은 데이터가 기반이 된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정보들을 분석해서 어울리는 남녀를 매칭하고,
추천받은 이성의 정보와 사진을 보고 만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이렇듯 개인의 놀라운 정보력은 결혼정보회사가 제공하는 정보 이상을 알아내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보에 관한 한 더 이상은 속일 수도 없고, 속이더라도 오래 못가는 세상이 되었다.
모든 케이스의 남녀 만남은 만난 후 서로 알아가는 게 아니라 다 알고 만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내 정보를 부풀리거나 빼거나 해서 잘보이겠다는 것은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정직하게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그런 진실된 만남이 최선이다.
그것이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