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관계맺기의 명수다.
학교 다닐 때건, 직장 다닐 때건 혼자 있는 법이 없다.
커피를 마시더라도 다른 사람이 고르는 것까지도 신경쓰고 궁금해한다.
단순명료한 남자들이 보기에 여자들은 참 복잡하고, 스스로 그렇게 되는 걸 자처한다.
이런 여자들 중에서도 유달리 친구들과 밀착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친구와 함께가 아니면 안되는 여자들이 많다.
30대 초반의 A씨도 그렇다.
고등학교 단짝과 10년 이상 붙어 지내는 그녀는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친구와 공유한다.
주말에는 영화를 함께 보고, 휴가여행도 친구랑 간다.
부모님이 외출을 하셔서 집이 비는 휴일이면 친구를 불러 배달 음식 시켜먹고 하루 종일 빈둥거린다.
A씨의 부모님이나 친구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저렇게 붙어다니다간 둘 다 노처녀 된다.”고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지금 노처녀다.
혼자서 심심하거나 외로워야 결혼 생각을 할텐데, 그럴 틈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언젠가는 결혼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친구 없는 삶은 상상이 안가요. 둘이 단짝이 되고나서 연락을 안하고 지낸 적이 거의 없거든요. 걔가 먼저 결혼하고 혼자 남으면 정말 외로울 것 같아요.”
사실 2-3년 전에 그녀의 상상이 현실이 된 적이 있다.
친구가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그럴 경우, 보통의 친구들은 연애를 격려해주거나 조언을 해주는데, A씨의 반응은 그게 아니었다.
“질투와 짜증이라고 할까? 매일 하던 전화가 이틀, 사흘 간격으로 벌어지고, 만나더라도
친구는 남친 얘기를 많이 하고. 내가 친구의 1순위에서 밀려난다고 생각하니 우울하기도 하고요.”
A씨의 어머니는 그런 기회를 틈타서 그녀에게 맞선을 권했다.
처음에는 엉겹결에 남자를 만나려고 하니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등 떠밀리다시피 남자를 만났는데,
감정도 안생기고, 재미도 없고, 이렇게 시간낭비 하느니 차라리 일이나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마 오랫동안 연애를 안해서 연애세포가 없어진 모양이에요.”
A씨 같은 여성과 사귄 적이 있는 남성 B씨의 경험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입사동기 2명과 자매처럼 절친하게 지내는 한 여성과 몇 개월 교제했는데,
그 기간 동안 심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한다.
“여자들이 시누이 많은 남자와 만나는 거 싫어하잖아요.
그런 심정과 비슷했어요. 저희 연애사를 친구들이 다 꿰고 있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어요.
누가 엿보는 느낌 같은 거죠. 더욱 참기 힘든 건 여친을 만나려면 친구 2명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우리한테 잘못 보이면 좋을 게 없어, 이런 암묵적인 분위기..”
B씨는 여친의 친구들이 자신의 험담을 하거나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한다.
가끔 데이트할 때 두 친구가 끼어들어서 식사대접을 받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감수를 하겠는데, 그럴 때마다 뭔가 감시하는 듯한 눈초리와 말투는 견디기 힘들었다.
더욱 큰 문제는 여친이 친구들에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데, 그가 싫은 내색을 하면 오히려 회를 냈다는 것이다.
“나를 좋아하면 내 친구들도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냐.
당신이랑 연애하면 친구들을 다 끊어내란 말이냐.
친구도 내 삶의 일부니까 인정해달라., 이런 식인데, 그게 참 피곤하더라고요.
친구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래도 다들 연애도 잘하고, 결혼도 잘하는데,
유독 그 삼총사는 지독하게 서로 얽혀있었던 거죠.”
이렇게 B씨의 연애를 막을 내렸다. 그는 실연의 상처는커녕 오히려 홀가분했다고 한다.
마치 세 여자를 동시에 만난 것 같은 이런 피곤한 연애를 할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데.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인생의 축복이다.
하지만 무엇이건 지나치면 독이 된다.
지나친 우정은 당신의 연애세포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
친구가 인생의 짐이 되지되지 않게 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 몫이다.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