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살을 좋아하는 남자, 야들살을 좋아하는 여자가 최고의 궁합
해외 유머 중에 기억나는 한 대목이다. 이혼 소송 중인 노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부인이 남편에게 “평생 살도 없는 닭날개는 나를 주고, 맛있는 닭다리는 자기만 먹고..”라고 불평을 늘어놓자, 남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가 닭날개인데, 당신 먹으라고 준 거다. 난 사실 닭다리 싫어한다.”고 했다. 이 부부의 문제는 식성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식성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우스개 얘기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남녀관계에서 식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3년 전 내 소개로 결혼한 부부가 안부를 전해왔다. 남편 왈, “우리는 잘 맞는 편인데, 특히 식성이 그렇다. 나는 닭가슴살, 퍽퍽살을 좋아하고, 아내는 닭다리 같은 야들살을 좋아한다. 그리고 계란도 나는 노른자, 아내는 흰자를 좋아한다. 먹는 것 갖고도 싸울 일이 없다.”고 했다.
혹자는 부부 사이에 먹는 것 말고도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퍽퍽살, 야들살, 타령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언컨대, 내 경험상 의식주, 그 중에서도 먹는 것은 남녀가 자주 부딪히는 부분이다. 하루에만도 세 번, 그만큼 빈도수가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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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계란도 안먹는 채식주의자 남성과 만나는 여성이 있는데, 본인이 아무 거나 잘먹는 편이라 별 걱정을 안했는데, 만날수록 둘이 함께 맛을 공감하면서 먹을만한 음식이 없어서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더 힘든 것은 자기는 이해를 한다고 했는데, 상대편에서 본인의 식성에 대해 굉장히 미안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이 만일 생활 속으로 이어진다면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게 된다.
생각해보자. 사회활동을 할 시기에는 점심은 직장에서 먹는다고 쳐도, 평일에는 아침, 저녁을 같이 먹고, 주말은 내내 같이 먹는다. 나이가 들수록 같이 식사를 하는 횟수는 많아진다.
한두번 데이트할 때야 서로 안맞는 부분이 있어도 양보를 할 수 있지만, 결혼해서 생활에서 부딪힐 때는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서로의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식성까지 맞추면서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배우자의 식성 같이 작은 부분도 배려해주지 못하면서 결혼을 왜 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사랑하면 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마음으로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 애인이 미니스커트를 싫어해서 못 입는 경우, 불만을 갖기는 해도 사는 게 힘든 건 아니다. 하지만 식성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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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결혼상대를 찾을 때 추구하는 것은 거창하다. 하지만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현실적인 부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식성의 차이는 생활의 관점에서 보면 사소하지만은 않다. 단순히 흰자와 노른자의 차이가 아니라 육식과 채식, 빵과 밥, 혹은 지나친 편식, 등등 식성 차이가 확연하면 한 식탁에 앉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결혼생활이란 처음 얼마간의 감동이 지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생활이 남는다. 그 생활이란 결국 먹고, 성관계를 하고, 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