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궁합, 최악의 궁합>
술 못 마시는 남자와 술 좋아하는 여자는 최악의 궁합
남녀가 부부로 함께 살아가는 데는 조화가 중요하다. 아무 것도 아닌 부분이 큰 갈등의 원천지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마치 조그만 틈이 점점 켜져서 둑을 무너뜨리듯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래서 무심코 그냥 넘어갔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혼을 예상하고 결혼하는 커플은 없다.
이혼, 혹은 헤어짐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닥치는 것도 아니다.
남녀관계에서 술에 관한 기호도 중요하다. 대개 남자는 술을 좋아하는데, 여자는 못마시는 경우는 흔히 접하는 상황이며, 우리 정서로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그 반대로 여자가 술을 많이 마시고, 남자는 못마시는 경우다.
A와 B씨 커플이 그렇다. 결혼 3년차인 이 커플의 경우, 남편인 A씨는 체질적으로 술을 전혀 못마시는 반면, 아내 B씨는 애주가이다 못해 술자리를 찾아가는 편이다.
겉보기에는 완전 상남자 스타일인 A씨와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B씨를 보면 이런 반전이 없다.
사실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바로 술이었다. 입사 동기였던 두 사람은 성격이나 취향이 다른데도 이상하게 서로 끌렸는데, 썸을 타는 듯한 시기에 있었던 회식 자리에서 술 못마시는 A씨를 놀리느라 몇 개의 술잔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는데, 보다 못한 B씨가 흑기사 노릇을 자청해서 그 술을 다 마신 것이다.
그날 자기 대신 술에 취한 B씨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A씨는 자신에게 없는 능력(?)과 배려심을 가진 B씨에게 매력을 느꼈고, 얼마 후에 A씨의 프러포즈, 그리고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을 연결시켜 준 술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결혼 후에도 B씨의 애주가 본능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회식은 물론 사적으로 갖는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A씨는 술을 못하니까 술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 못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처음에는 B씨의 이런 행동을 참아 넘겼다.
하지만 언제가부터 술약속이 많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쌓여갔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속이 안좋아서 점심을 거의 먹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죽 사갖고 들어가라”고 했다.
사실 오늘 약속은 취소해도 괜찮은데, 부득불 참석하려고 하는 그녀를 보며 남편보다 술자리를 우선하는 것 같아 서운했다.
게다가 술자리라는 데가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많고, 술이라는 게 정신줄을 놓게 만들어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 A씨로서는 아내가 술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걱정되고, 불안하기도 했다.
A씨의 고민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본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술 마시는 여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남자건, 여자건 술 좋아하는 사람은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라서 밖으로 돌 확률이 높다. 밖으로 돈다는 것은 문제의 상황에 엮일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술 못마시는 사람더러 대작하자고 할 수도 없고, 술을 좀 줄여서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