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있는 재혼이 더 행복한 이유 있다.
20대 이혼자들이 재혼상담 하는 것만 봐도 이혼이 얼마나 많은지를 실감한다.많은 이혼 커플들이 5년 이상 살다가 헤어진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자녀가 있다. 그런데도 재혼자들은자녀 없는 상대를 원한다. 또한 자녀가 있으면 재혼하기 힘들다는 것이 사회통념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통념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A라는 남성이 있다. 호탕한 성격에 노는 것을 좋아하고 바람기도 다분하다. 하지만 능력은 그저 그렇다. 몇 년 전에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당했고, 자녀 둘은 전부인이 키우고 있다.
B라는 여성이 있다. 낭비벽이 심해 카드빚을 많이 졌고, 그래서 이혼을 당했다. 두 사람 사이의 아이는 전남편이 맡았다.
A가 재혼상담을 하러 왔다. 이혼사유를 물어보니 얼버무린다.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본인들 잘못인가 보다’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상담 과정에서 그의 이혼사유를 알게 되었다.
난 A에게 제안했다.
“자녀 하나 기르는 여성이 있는데, 직업도 좋고, 사람도 괜찮습니다. 한번 만나보시겠어요?”
“나더러 애 딸린 여자를 만나라고요? 나도 아이가 없는데, 똑같이 아이 없는 여자 소개 시켜주세요.”
내가 A에게 이런 제안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를 보더라도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쪽이 이혼의 원인 제공자인 경우가 많다.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쪽이 이혼과정에서 많은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문제가 심각한 배우자에게 아이 양육을 허락하는
예는 거의 없다.
그의 잘못으로 이혼을 했으니 재혼생활을 잘 할 수 있으려면 책임감 있고 야무진 여성을 만나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가 항의를 하는 바람에 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A는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홀가분한 상황이라 그런지 만남이 수월하게 이뤄졌다.
그러다가 A는 공교롭게 B를 만났고, 몇 달 후 재혼했다. 두사람은 아들을 하나 낳고 살다가 몇 년 후에 갈라섰다. 첫 결혼의 이혼사유인 바람기와 낭비벽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커플의 사례는 자녀 없는 재혼을 선호하는 것이 얼마나 허상인지를 보여준다.
내 경험도 그렇고, 통계나 실제 재혼자들을 면담한 결과 자녀 있는 재혼 성공률이 무자녀와 비교해서 같거나 조금 높은 편이다. 안정적인 재혼을 원한다면 자녀의 존재에 대해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있는 재혼자들은 대개 이런 공통점이 있다.
첫째, 책임감이 있다. 결혼을 결정할 때 자기 처지만 생각하지 않고, 아이를 배려해서 신중한 결정을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있음으로 해서 아무렇게 살지 않는다.
둘째, 자녀를 키우려면 생활이 안정되어야 한다. 정서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자녀의 존재는 일단은 재혼의 걸림돌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상대를 더욱 배려하게 된다. 아이가 있는 자신을 받아줬다는 것을 고마워하고, 그래서 잘해주고 싶은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상대의 자녀 유무를 따지는 편이다. 심지어 자신은 자녀가 있으면서도 여성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헛된 고집이다. 자녀에 관한 인식을 바꾸면 재혼은 한결 쉬워진다. 그리고 잘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