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쇼를 해라
그의 이야기
운전 중인 나는 라디오 볼륨을 크게 키웠다. 마침 요즘 유행하는 유머가 나오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라 당장 메모할 수가 없어 입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리다가 가까운 휴게소에 들렸을 때 서둘러 기억하고 있던 것을 메모했다.
내가 이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매주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은 장기 자랑을 벌인다. 좀 겸연쩍고 유치한 일이기도 하지만 가족 장기자랑을 하면서 우리 집엔 웃음이 부쩍 늘었 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결혼 후 15년 동안 오붓하게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딸과 아들을 놀이방, 처가, 본가를 오가며 키웠고 경제적으로 이제 안정이 되었다 싶었을 때 친한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그만 빚을 지고 달아난 친구 대신 빚을 다 같아야 할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 나는 급한대로 은행 대출을 받아 빚을 갚았다.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 키우는 데만 전념하려던 아내는 계속 직장을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집 뷴위기는 냉랭했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이들은 나의 실수로 인해 빚어진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졌고, 아내는 아내대로 살림과 직장을 병행하느라 몹시 지친 상태였다. 우리 집이 예전처럼 따뜻해 지기 위해서는 불씨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가족 장기 자랑이다. 그 내용은 간단하다. 토요일 저녁 식사 후 무엇으로든 가족을 가장 많이 웃긴 사람이 1등이며, 물론 1등에게는 상금 내지는 원하는 것을 뭐든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에는 유치하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도 내가 의외의 열성을 보이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 장기 자랑은 우리에게 그저 우스게 소리나 하는 그런 시간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고, 얘기하면서 서로를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식탁에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족이 자연스럽게 모여 웃기고, 웃어 주면서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이 점점 넓게 열리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장기 자랑 소재를 찾느라 잡지도 뒤적이고, 하다못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에서 사는 얘기 소리에도 귀 기울이게 된다. 반쯤 잘라먹은 유머를 해도, 장기 자랑에서 꼴찌를 해도 나는 즐겁고 행복하다..
이강원, 남, 45세, 사업가, 서울 거주
결혼 생활은 부부가 주인공이지만, 자녀가 생기고 하는 일에 쫒기다 보면 때로는 삶의 단역으로 밀려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딱히 할 얘기도 없다. 가족은 서로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존재지만 정서적인 안정이 단지 함께 사는 것만으로 얻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상처주는 일이 더 많다.
늘 보며 사는 사람에게서 새삼스로운 모습이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평생을 약속하고 사는 사이지만, 가끔 저 사람이 나를 위해 노력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이다. 남편이, 아내가 어디서 들었다며 전해주는 유머 한마디는 사소한 것인데도 의외로 즐거움을 준다. 뭐가 우습냐고 핀잔하더라도 내게 들려 주겠다고 일심히 외운 그 정성이 고맙다.
살다보면 서로 삐걱거릴 때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장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상대의 마음을 녹여 보겠다고 애쓰는 노력이면 충분하다. 이미 유행이 지난 덩달이, 사오정 시리즈를 들먹이면 아내는 그만 웃음을 터뜨린다. 이런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있어선지 그들 부부에게는 큰 그늘이 없다.
상대를 위한 쇼맨십, 꼬 필요할 때가 있는 삶의 윤활유이다.
‘Showtime’ for Showing Your Love
His Story
I turned up the car radio volume as I was driving on a highway. I wanted to take down the humor story coming from the radio. So, I murmured it repeatedly until I pulled over at a nearby rest area and wrote down on the memo pad.
I have a reason for this. Our family throws talent show every Saturday evening. It sounds a bit childish and embarrassing, yes, but our family started having some laughs since starting this fun show.
My wife and I both work. For the past 15 years since we got married, we never had a cozy mellow moment. We had to raise two kids, one year apart, taking them to daycare, her house, my house, etc. back and forth so both of us can go to work. When we finally amassed some assets, I co-signed for one of my close friends on a loan contract. He eventually ran away leaving behind his debt. I, as the co-signer, took over the debt and had to make a bank loan myself to pay off. My wife originally planned to retire so she could devote herself solely for the family, but we had to change that plan and she had to keep working.
Our family got grumpy and sullen. Our teenager kids were showing grudge toward me for bringing this hardship upon our household. My wife was exhausted with taking care of household and working on a job. We desperately needed something to re-ignite the warmth in the family. So, I came up with this idea of weekly talent show in the family. It is a simple show. Each our family member brings the funniest stuff to the family dinner table Every Saturday evening. The winner may earn some cash or have his/her wish granted.
It started as looking clumsy, and my kids didn’t show any support, but as I kept getting my enthusiasm into it, my family started showing interests in turn. It wasn’t meant to just have a moment to laugh about things. It actually was meant to have a moment in which our whole family get together, and recognize each other with love.
It didn’t take long until we got some laughs as we got together. We got together to make others laugh, to respond in laugh to others, and eventually open up to others. These days, I rummage through magazines looking for fun stories, or eavesdrop on others’ conversation in the subway. It doesn’t matter if I screw up in my show, or land in the tail end in the contest. I am a happy dad/husband now.
K ** Lee, male aged 45, self-employed, living in Seoul
Although marriage life is supposed to center around the couple, at times the husband and wife are reduced to sidekicks, as their kids grow and hardships of life happens in their family. Although they feel they need to communicate, there is scanty to talk about together. Family members are supposed to give emotional support to each other. But this doesn’t happen just by co-habiting. To the contrary, they can be the worst aggressor and/victim to each other.
It is not easy to do the best for someone who is always there under the same roof. And you doubt whether this guy (or woman) still does his best shot for me, or what. But, a piece of fun story your wife bothers to pick up and remember so she shares it with you later at home brightens your mood and your soul.
There are times when life is on a bumpy track. You need your own magic to keep your family weather through the difficult moments together. Just your trying to do so are good enough. For a couple and the family making this endeavor constantly, there is no room for gloomy vein in the household.
Showtime for your close ones is the best lubricant in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