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서울에서 강사 10여명을 둔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동네 작은 학원으로 시작해 인근에 소문 자자한 명강사가 되었으니 적어도 자기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게 극대화된 것이 결혼이다.
40대 초반인데 최근 5년 정도는 연애를 못했다고 한다. 본인 말로는 학원 운영으로 도저히 시간 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소개가 진행되면서 연애를 못한 건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눈치가 없어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말하기 좋게 ‘눈치’라고 했지만, 사실 남 생각 안하고 얘기하는 태도라고 해야겠다.
그녀에게 40대 중반의 대기업 중간 관리자를 소개한 적이 있다. 만남 다음 날 그 남성이 아주 불쾌한 어조로 전화를 했다.
“사람이 솔직한 것도 좋지만, 상대방 기분도 생각해야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내질러 버리더라고요.”
“성격이 좀 화통한 분이예요. 그런 분들은 뒤끝이 없어서 깔끔하죠.”
“맞선 보러 나와서 자기가 사귄 남성들을 쫙 읊는 건 무슨 매너입니까?”
순간 난 당황했다. 남성을 다독거린 후 여성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어떤 맥락에서 그녀는 자신의 옛 남자들 얘기를 한 것일까?
“그 남자 말이 제가 나이만 들었지 너무 순진해 보인다, 연애경험이 없는지 남자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하잖아요. 순간 자존심이 어찌나 상하던지...”
“남자가 그런 말을 하더라도 다른 논리를 들어서 반박을 하셔야지, 옛날 연애 얘기를 하는 건 맞선 자리에서 적절한 언사가 아니죠.”
“전 자존심 상하는 건 못 참거든요. 결혼을 안했으면 안했지..”
그 상황에서 난 솔직히 그녀에게 더 이상 소개를 진행할 마음이 안들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때와 장소에 맞는 처신이란 걸 알텐데, 발끈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걸 보면 그녀는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동생 같았으면 따끔하게 혼이라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녀는 여동생이 아니라 어떻게든 소개를 진행해야 할 회원인 것을.
“그렇다고 결혼 안하실 건 아니잖아요.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하실 필요가 있어요. 그분이 00님과 기싸움 하려고 그런 말씀한 건 아니거든요.”
“그럼 제가 자격지심에서 오버했다는 말씀이에요?”
“그런 게 아니라요. 설령 신경 쓰이는 상황이라도 크게 생각하셔서 가볍게 넘기실 필요도 있다는 말씀이에요.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녀의 기분은 풀렸고, 다음 소개가 진행되었다.
“뭐 그렇게 상식 없는 여자가 있나요? 그 여자 제 출신 학교랑 알고 나온 거죠?”
“그럼요. 만나겠다는 의사가 확실하니까 소개가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왜 만나자마자 자기는 원래 석사 이상 아니면 안 만나는데, 주선자 봐서 나왔다고 하나요? 그 얘기 듣고 얼마나 기분이 나쁘던지.. 저 역시도 주선해주신 분 입장 봐서 참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