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에 만났던 어떤 부모님을 최근에 다시 만났다.
당시만 해도 그 부모님은 정말 잘 자란 딸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고, 딸의 결혼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그랬다.
당시 29세였던 딸은 명문대 졸업, 전문직,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님, 그리고 인상도 좋은, 말 그래도 3박자, 4박자를 갖춘 퀸카였다.
당연히 당대의 멋진 남성들을 그 여성에게 소개했다. 우리들이 흔히 1등 신랑감이라고 말하는 남성들이 그녀 앞에 줄을 섰더랬다.
10명 넘게 소개했고, 그 남성들 모두 애프터를 신청할 만큼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번번히 결과가 안좋게 되자 그녀에게 솔직한 심정을 물어봤다.
“혹시 부모님 몰래 교제하는 남성이 있나요?”
“아뇨...”
“부모님 말씀으로는 결혼 의사가 있다고 하던데...”
“사실은요...”
그녀 얘기로는 부모님 권유로 맞선을 보고는 있지만, 몇 년 더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과 내가 헛발질을 한 것이다.
본인만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든지 결혼이 가능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5년 만에 부모님이 다시 연락을 해온 것이다. 예전 기억 때문에 먼저 딸의 의사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본인이 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상담을 한 결과 내가 오히려 “이 만남은 자신이 없다”고 거절했다.
부모님은 5년 전 딸이 만났던 남성들과 비슷한 상대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딸도 그동안 경력을 쌓고, 경험을 많이 해서 눈이 더 높아진 상태다.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본인도 뒤지지 않아야겠다는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 나이가 30대 중반이다. 결혼할 때 많은 부분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5년 동안 그녀가 쌓은 사회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5살 더 나이가 많아진 상황이 그녀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여성과 부모님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미 최고의 남성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기에 그런 만남을 계속 원한다.
힘과 에너지가 넘치고, 활력있는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게 좋은 이유는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그 여성이 만났던 남성들은 평균 5억 이상의 수입이 가능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소개할 수 있는 남성은 수입으로 치면 1억 정도다. 배우자의 연봉이 4억 차이가 난다.
결혼생활 10년이면 40억, 30년이면 12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녀는 배우자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120억의 기회비용을 몇 년의 싱글생활과 맞바꾼 것이다. 이것이 배우자 만남의 냉정한 현실이다.
결혼이 늦어질수록 그만큼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결혼을 안할 거라면 모를까, 할 거라면 제때 하는 게 좋고, 아니면 기회비용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의 결혼세대와 미래의 결혼세대는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