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사랑하는가’만큼 ‘얼마나 이해하는가’도 중요
언젠가 회식이 있어 술이 취해 늦게 들어온 나한테 아내는 말없이 꿀물 한잔을 타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은 “늦었다고 미안해하지 말아요. 힘들게 일하는 거 다 아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것도 아니지만, 그날 밤 아내가 타준 따뜻한 꿀물은 많은 얘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 역시도 서로 마음을 몰라 오해하고, 화내는 일이 많다. 처음에는 내 생각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지만, 10여년을 살다 보니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함께 살아온 정이 깊어선지 가끔 상대에 대한 작은 배려에서 큰 감동을 느끼고, 그 맛에 살아가는 것 같다.
대개 사랑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어쩜 그렇게 닮은 점이 많을까?”라며 열광하곤 한다. 하지만 더 오래 만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중요한 것은 닮은 점이 아니라 차이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그러니까 상대가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정한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부부나 연인 사이에 ‘얼마나 사랑하는가’ 만큼 ‘얼마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가’가 중요하다. 여자 마음, 남자 마음, 그 깊은 곳에는 묻어놓은 말들이 많을 것이다.
여자의 속마음은 이렇다.
1. 화가 나면 과거의 일을 되새김질한다.
<남자는 죽어도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의 저자 요네야마 기미히로에 따르면 여자는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남자보다 더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의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다. 때로는 이미 다 끝난 일을 끄집어내는 여자들의 심리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남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녀들의 그 놀라운 기억력을 감당해내야 하는 것은 남자의 몫이다.
2. 괜찮다고 해놓고 나중에 화를 낸다.
여자들이 “괜찮다”고 해도 마음 놓아서는 안된다. 그 말은 “내가 지금 참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알아주면 괜찮을 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남자들은 괜찮다는 여자의 말에 안심하고 있다가 공격을 받기도 하는데, 여자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남자가 내 마음을 몰라주기 때문에 서운해서 그러는 것이다.
3. 여자는 남자의 침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는 고민이 있을 때 혼자 있기를 원한다. 가끔은 꼭꼭 숨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잠수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문제가 있거나 머리가 복잡할수록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수다를 통해 복잡한 감정을 발산하고, 어느 정도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의 침묵을 화가 났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마음이 정말 내키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자 앞에서 침묵하고 있지 말라.
남자의 속마음은 이렇다.
1. 남자는 선천성 기억결핍증 환자이다.
이 세상에 여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모두 알아주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처럼 작은 일을 기억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일을 잘 못한다. 작은 일은 그냥 넘어가주는 것, 가끔 그가 뭔가를 잊어버리더라도 애정결핍이라고 타박하지 말고, 이해해주는 것, 그것이 내 남자를 위한 최선일 때가 있다.
2.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라.
흔히 남자가 여자보다 저돌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남자들에게는 ‘거절당할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라. 남자들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3. 남자에게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남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여자보다 더 강하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내 남자가 한창 일에 몰두한다면 자신에게 소홀하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격려해주라. 사회에서 인정받으면 남자는 자신감이 생겨서 연애도 더 잘하게 된다.
4. 가끔은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라.
아직도 ‘강한 남자’를 요구하는 사회 정서가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남자가 자기 감정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내 남자의 ‘good listener'가 되어주라. 그저 얘기를 들어줄 뿐인데도 그는 큰 위로를 받는다.